경실련 "허점 투성이 중대시민재해법 개정 시급"
시민이 도로에서 사망해도 책임 못 묻는 현행법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 의문 세부 지침 마련해야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와 이태원 참사 등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중대시민재해법 개선이 필요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시민재해법 보완을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환경부·소방청 등 249곳에 중대시민재해 대상 명단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한 결과 단 119곳(47.8%)만이 제출했다.
기관들이 제출한 자료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전임자가 작성한 자료를 제출한 기관도 있었으며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중대시민재해법이 행정시스템에 정착하지 못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된 시설물 17만8897개 가운데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14%에 불과한 점을 짚으며 적용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이태원 참사와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모두 도로에서 시민이 사망했지만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가 해당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는 중대시민재해법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시내·관광버스 등은 해당되지 않고 시외버스만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점은 기준의 모호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자 실소와 탄식이 터져나왔다.
경실련은 산업재해와 묶여있는 중대시민재해법의 분류와 용어에 걸맞는 정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제방관련 사항이지만 기소는 청주시장과 건설사 대표 등으로 이뤄졌다"며 "중처법 도입취지는 처벌을 통한 예방이지만 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처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며 "이같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안전행사, 과도한 문서생산 등의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현장 실무자를 위한 세부지침 마련 필요성도 피력했다.
김정곤 위원장은 "법에서 규정하는 예방사항이 추상적으로 정의돼 현장에 계신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이 많다"며 "세부지침 등을 정의해 지향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문제로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이 더 취약한 상황"이라며 "향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인력과 예산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지욱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새 정부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중처법은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실효성은 미약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는 단순 처벌여부가 아니라 국민생명과 직결된 중처법을 방치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것이 시민 중대재해기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