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희 칼럼] 대한민국 지배구조 '대개혁' 필요하다

2024-12-11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입증했다"며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여소야대 국회라는 지배구조의 불일치가 결국 극한대결로 치닫다 대한민국호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포브스의 보도는 현 상황에 대한 가장 적확한 지적이다.

대한민국호의 지배구조 문제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그 부담은 전 국민이 나누어 치른다.

어디선가 많이 듣고 보던 지적 아닌가?

올해 주식시장에 회자되던 많은 기업에서 수없이 발생하던 지배구조 문제와 속칭 '빼박'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논란, 하이브 상장 당일의 대주주 이익공유 사건, 금양의 몽골 광산 과대공시,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의 불법대출사건, CJ프레시웨이의 협력사 지분 강압 매입 의혹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대주주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개인 투자자가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돈을 할부로 지불해야 하는가?

정치의 지배구조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바로잡는 절차가 있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모여 민의를 주장하고 관철시킬 물리적인 장소, 방법이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는 다르다.

비록 한 기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기업은 무관심하며 개별 기업의 문제로 치부된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문제이고 언젠가 그 기업에도 닥칠 만연한 문제인 데도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에 넣을 것인가로 논의가 한창 진행됐다.

보다 나은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힘을 가진 자가 양보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다.

사외이사제도도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제2의 노후 직장으로 여기는 퇴직 관료, 법조인, 교수들이 자리보전에 연연하며 임기 동안 고액의 연봉만 챙기기 때문이다.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규정되더라도 강력한 처벌 조항이 없으면 사문화될 것이다.

법 개정 이전에라도 주주 충실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들고 새롭게 개정되는 법과 시행령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에 배상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MZ세대가 불평등과 불균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이다.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을 주장해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우리나라 계엄사태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경제도 이에 걸맞게 가야한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