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만 칼럼] 윤석열과 분조(分朝)

2024-12-10     김춘만 논설위원
 ▲ 불법계엄은 자신에게 권력을 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자 쿠데타다. ⓒ Chat Gpt

임진왜란으로 삼도(한양·개성·평양)이 함락되고 일본군이 함경도까지 이르자 선조는 요동(遼東)으로의 망명을 계획한다.

이때 왕세자인 광해군에게 본국에 남아 일본군을 대적하라고 한다. 이른바 분조(分朝)사건이다.

광해군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자신은 안전을 도모하고 훗날을 기약하려는 전략이다.

아니 전략이 아니라 꼼수다. 예상과 달리 광해군은 훌륭히 맡은 바 임무를 다했고 돌아온 선조는 위기를 느껴 즉시 분조를 폐지하고 다시 권력을 장악한다.

모든 권력이 임금으로부터 나오는 조선시대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 12·3 계엄이 지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혼란이 장기화되는 결정적 원인은 대통령 탄핵에 실패한 것이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으로 치닫고 있다.

▲ 김춘만 논설위원

급기야는 대통령이 권력을 총리와 여당 대표에게 양분한다는 희대의 사건마저 벌어졌다. 이 와중에도 야당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반 헌법적인 어처구니없는 일임에도 지난 8일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대표는 버젓이 함께 나와 잘해보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이후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때만큼 황당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이같은 행태를 저지를 수 있는가. 한덕수 총리는 사실상 내란 부역자다.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부를 다스리겠단다. 한동훈 대표는 소수여당 선출직 대표일 뿐이다.

어느 국민도 그에게 권력을 부여한 적이 없다. 내란죄로 처단돼야 할 윤석렬 대통령이 주머니에서 선심쓰듯 권력을 위임할 수도 없다.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거부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놀이는 윤석렬 한 사람으로 족하다.

현 시국을 가장 빠르게 정상화하는 방법은 대통령 탄핵뿐이다. 탄핵이 국가 혼란을 자초할 것이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도 틀렸다. 홍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윤석렬이 아직도 당당한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반 헌법적 친위 쿠데타를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당당한 우리의 대통령 일 수 있는가. 그래도 한 때는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사람으로 할 말이 아니다.

온 갓 말들과 상식밖의 행위가 난무하는 현 시국을 빨리 끝내야 한다. 무슨 일만 터지면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와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이 권력욕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당신들의 국민들은 지금 차디찬 길거리에서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명태균은 "윤석렬은 다섯살짜리 꼬마에게 권총을 준 꼴"이라 했다 한다. 그 말이 사실일지 몰라도 현실은 그렇게 됐다. 그런데 지금 정치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무기를 든 다 섯살짜리 꼬마아이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저런 정치인들을 뽑았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

더 이상 국민들을 추운 거리로 내몰지 마라. 그리고 권력은 법과 국민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사유화할 수 없다.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