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대재해 3명 사망' 와중에 자화자찬 홍보 '빈축'

경찰청·국과수 20일 합동 감식 진행 금속노조, 긴급회의 소집 "입장표명"

2024-11-20     민지 기자
▲ 19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 중 연구원 3명이 숨진 가운데 현대차가 20일 자사 수상소식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 세이프타임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3명이 사망, 중대재해가 발생한 가운데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배포해 눈총을 사고 있다.

신속한 원인 규명과 질식사한 노동자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를 해야 할 시점에 보도자료를 배포, 부정적인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차 기아 커뮤니티센터는 20일 오전 8시 46분 현대차·기아(회장 정의선)가 미국 제이디파워 '2025 잔존가치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올해 처음 잔존가치상에 추가된 전동화 SUV(Electric SUV) 부문에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최고 잔존가치 모델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이번 수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우수한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며 "고객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춘 모델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나가겠다"고 자평했다.

언론은 현대차가 아침 일찍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수상 소식을 쏟아냈다. 글로벌 현대차·기아가 '뉴스를 뉴스로 덮는다'는 구태의연한 홍보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경찰 차량이 2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의 합동감식을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세이프타임즈가 19일(현지시간) 배포된 제이디파워 보도자료 원문을 확인한 결과 "4년 연속으로 렉서스(Lexus) 5개로 가장 많은 상을 받았고, 혼다(Honda) 4개를 받아 그 뒤를 이었다"고 나와 있다. 보도자료 본문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상 수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첨부된 리스트에만 들어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수상 소식을 급하게 전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전날 3명이 질식사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는 20일 본격화 된다.

전날 오후 3시 19분쯤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40대 A씨, 30대 B씨, 20대 C씨 등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돼 결국 사망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상시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을 운영하며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1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 중 연구원 3명이 숨진 가운데 20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차량이 합동감식을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이날 오전부터 합동감식에 나선다. ⓒ 연합뉴스

울산경찰청은 질식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보존한 뒤 2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참여하는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도 사고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한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근로감독관을 파견,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금속노조도 '중대재해 대응 투쟁 지침'에 따라 19일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비상대책회의를 즉각 소집했다.

노조는 20일 오후 2시 현대자동차지부 회의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조사와 중대재해 원인과 대책을 논의한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는 공식보도자료 없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이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