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폐지 그후 … '노동 안전' 실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몰제로 2020년부터 3년간 운영 후 종료됐다.
지난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화물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화물차 기사의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한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화물차 사고로 847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월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통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 개선에 미치는 효과가 불분명하고, 화주(화물 주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이후 도입된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와 화물차주(노동자) 간의 운임은 강제적으로 규정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의 운임은 법적 강제력 없이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화주는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안전운임제 폐지 후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안전 문제에 직면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될 땐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는 등 문화생활도 즐겼지만, 운임제가 없어지면서 많게는 40% 정도 운송료가 줄어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한달에 최대 14건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에 존재했던 사용자 처벌 조항이 사라지면서 일당 지급의 강제성이 약화됐다. 노동자들은 받아야 할 수당의 일부를 받지 못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다시 부각됐다.
화물운송시장은 화물운송 노동자가 직접 차량을 구매해 운송사업자의 명의로 등록해야 일을 할 수 있는 지입제를 기본 전제로 한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을 때는 화주-운송사업자-화물노동자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최소 수입을 보장해 과적·과속·과로가 줄어들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2년 시멘트와 컨테이너에만 해당하는 안전운임제를 확대하기 위한 총파업 이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몰돼 종료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주가 큰 운송사에 물건을 전달하면 그 운송사는 또 다른 아래 운송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 단계씩 내려갈 때마다 5~10%씩 운송료를 떼먹으니 마치 다단계같은 구조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받으면 문제가 없고 운송료도 꽤 높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게 되면 받는 돈이 대폭 떨어진다"며 "이걸 막아주는 게 사라졌으니 먹고 살 길이 줄어들고 빚만 늘어간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화물운송업 종사자는 △40대 10만4797명(24.58%) △60세 미만 6만4614명(15.16%) △65세 이상 6만1180명(14.35%)으로 고령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70%가 50대 이상이고 80대도 있다"며 "이분들이 낮은 운송료를 보충하기 위해 노동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고도 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없이 시행됐던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서 수입이 줄어들고, 더 나은 운송을 위해 차량을 교체했지만 건설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물량까지 감소해 신용불량자까지 나왔다"고 덧붙였다.
안전운임제 폐지에 관해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안전운임제는 근로여건 개선, 저가 계약 감소 등 지표상 효과가 뚜렷이 확인된 제도인데 정부·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대기업 화주 편에서 화물운송산업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