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주7일 배송, 사람 잡는 시스템이다"
"CJ 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시스템은 쿠팡과 같은 과로사가 넘쳐나는 현장을 만들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3일 CJ 대한통운 배송시스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대한통운은 지난 8월 20일 주7일 배송시스템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택배를 받을 수 있는 '매일 오네' 시스템이 시작된다.
새로운 배송시스템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CJ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가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 도입 발표 당시 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의 수익 감소없이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 고객사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수용해 택배 산업 구성원이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4차례의 집중 교섭에서 대한통운이 보여준 태도는 의견 청취가 아닌 '사측 입장 고수'였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대한통운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만 강조할 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아닌 현장 혼란을 초래하는 부실안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표준안으로 4인 1조 시스템을 제안했다. 4명이 한 팀이 돼 돌아가며 휴일을 갖고 서로의 일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에는 기사 1명이 4명분의 담당 구역 배송을 모두 맡아야 한다.
대한통운의 제시안엔 3인 1조와 2인 1조 등 업무 강도가 확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방안도 있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한통운의 목표에 맞춰 대리점은 4인 1조 순환근무제를 기본으로 하는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조 편성을 보고하고 있다"며 "계약상 약자인 택배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없는 구조를 간과한 채 사측의 실행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보낸 주7일 배송시스템 관련 공지도 공개했다.
공지 내용은 △내년 1월 5일 시작 △수수료 125% 보장 △시작 프로모션으로 1~4분기 수수료 차등 지급(차례로 150%, 140%, 130%, 125%) △2025년 확정 휴가 7일(설·추석 3일, 택배 없는 날) 등이다.
택배노조에 공지 사항을 전한 한 택배 노동자는 "안 하는 택배 노동자는 나가던가 월화수목 주 4일만 근무해도 된다더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이 같은 공지 내용 가운데 확실히 합의된 건은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남희정 택배노조 CJ 대한통운 본부장은 "대한통운이 직전 교섭 자리까지 보여준 모습은 시간을 끌다 일방적으로 주7일 배송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한통운이 제시하는 4인 1조 시스템은 특수 구역이 지정된 택배 노동자 특성상 업무 노동에 대한 개인별 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에 더해 주6일제를 전제로 한 2인 1조 방안은 사회적 합의 위반 여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대한통운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대신 실행 불가하거나 주5일제를 포기하는 방안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주7일-주5일 배송시스템을 위해선 추가 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각자 맡은 구역에 따라 업무 강도가 심하게 나뉜다. 이 때문에 택배 노동자가 휴일 근무제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려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남 본부장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구조적 한계로 택배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며 "택배 노동자들에겐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이 단순 협박이나 우려가 아닌 실제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대한통운에 △성실 교섭 △불이익 금지 △주5일 근무제 도입 △주2일 휴일 선택에 노동자 동의 필수 △적극적인 추가 수수료 정책 등을 요구했다.
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다음 교섭일은 오는 19일이다. 택배노조는 이날 교섭에서도 대한통운이 부실안만을 제시할 경우 오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