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칼럼] MZ세대와 공존을 위한 '병가' 사용법

2024-11-11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병가를 바라보는 세대 간 생각의 차이를 놓고 볼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연차는 온전히 개인 사유로 인해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보통은 개인 일정 때문이거나 때로는 몸이 아픈 경우에 연차를 사용하는 게 사회에서 보는 통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Z세대는 연차를 온전히 해외여행이나 경남 통영 같은 곳에 여행 가기 위해 사용하는 리프레시용 휴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픈 경우에는 병가를 사용해야 하고 그 병가도 유급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아픈 정도에 따라서 병가의 지급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X세대나 기성세대는 쓰러지더라도 회사에 출근해서 쓰러져야 한다고 생각을 해왔다.

가끔 기성세대는 그것이 회사 생활을 잘하는 사람인 듯 자랑삼아서 말하곤 하는 데 말 그대로 X세대에게 병가는 정말 몸져누울 정도로 아플 때 쓰는 것이다.

이들은 그마저도 눈치를 보면서 쓰며 사원 시절을 보낸 사람인데, 이들 눈에 MZ세대가 병가를 쓰는 방식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반면에 MZ세대에게 병가는 그저 자신이 쉬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제2의 휴가와도 같다.

마음의 병도 요즘 두드러지는 병가의 대상이라는 주장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도 X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이해의 영역이다.

MZ세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많은 조직에서 아픈 자아픈 게 맞는지 의심하는 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병가를 규정한 대부분의 회사 규정은 오래된 경우가 많다.

가끔 한 번씩 근로감독관이 지적한 사항이나 관련 법령의 기제 필요성에 따라서 꼭 필요한 부분만 정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은 이제 세대와 경제 생태계의 변화에 발맞추어 대폭 뜯어고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양한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규정도 통용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조직문화의 근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규정을 정비한다고 해서 병가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앞서 소개한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결국 조직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휴가와 관련된 각종 갈등의 원인을 사람의 문제로도,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는 조직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분쟁의 원인을 사람과 조직 구조의 문제로 만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일종의 조직문화의 단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