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철 칼럼] IT 무지 CEO, DT 전환 실패 부른다
한때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는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기업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용어였다.
대부분의 기업 CEO들이 뒤질세라 너도나도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DT를 통해 IT전문기업으로 탈태환골 하겠다는 일성을 대외에 소리치곤 했으니 말이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진행된다면 몇 년 안에 거의 모든 기업(최소한 대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렇듯 시작은 참으로 요란하게 들썩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지더니 현재는 바람 빠진 풍선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 DT의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DT를 하고자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는 기업들은 많이 있고, DT를 통해 기업 내부의 많은 업무절차들을 자동화,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예산과 전문인력들이 투입되었음에도 DT에 실패한 사례들이 주변에 널려있음을 조금만 찾아보면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IT관련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DT를 진행한 기업들 중 70% 가량이 DT 과제를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그 실패의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CEO의 IT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부족을 꼽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DT에 관련돼 업무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는 지적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최고경영진의 상당수가 IT에 익숙하지 않으며, CEO는 더욱 심하다.
이런 상황은 대기업일수록 더해서 컴퓨터에 간단한 프로그램 하나 설치하는 것조차 직접 마우스를 클릭하기보다는 IT부서의 직원이 와서 설치해주어야만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높은 지위에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IT 및 컴퓨터 기기들과 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DT를 앞에서 끌고 나아가야 할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정작 IT와는 친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CEO가 얼마만큼 IT를 잘 알고 있는가에 따라 기업의 디지털 전환작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좌우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CEO의 의사결정이 사업진행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CEO가 얼마만큼 IT사업의 방향과 전략을 이해하고 지원하는가에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여부가 걸려있다. CEO의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 엉뚱한 지시 하나가 DT를 수렁에 빠뜨려 실패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DT를 통해 디지털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IT분야의 전문가, IT리더를 CEO로 임명하거나 충분한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임명해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지휘하는 CEO가 IT리더가 아니라면 그 기업을 디지털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