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희 칼럼] 신뢰 잃은 금양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난제

2024-10-10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금양은 감미료 일종인 사카린을 최초로 국산화한 전통있는 기업으로 1955년 설립됐다. 지금은 자동차 내장재, 보온재, 단열재로 사용되는 발포재가 주력사업이다.

이 회사 이름보다 한때 이 기업의 홍보이사로 근무했던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 확신을 가졌다. 신 매체로 떠오른 유튜브의 각종 경제·증권방송에 출연해 한참 뜨거웠던 2차전지 테마주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2차전지 테마주 중 하나이며 자신이 근무하던 금양 자기주식의 시간외 대량매매에 대한 정보를 증권시장에 공시하기 전에 언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회사를 떠나고, 금양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미래 사업인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투자했던 몽골 리튬 광산도 구설에 올랐다. 불과 800억원을 투자해 추정 매장가치 118조원을 확보했고, 이를 바로 채굴해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4024억원, 1609억원을 올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최근 수정된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억원, 13억원에 불과했다. 금양의 발표 중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금양은 동절기 공기 지연, 제작처 설비반입 지연, 고품위 광석 채굴을 위한 박토량 증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흔히 드는 이유에 불과하다. 2023년 5월 광산에 투자하며, 한국보다 고위도에 위치해 춥다고 알려진 몽골의 추위를 처음부터 간과했다면 다른 설명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행태이며, 공시위반이 명백하다. 금양은 또 다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2010년 12월 CNK인터내셔널 자회사 CNK마이닝을 통해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 4억16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 투자자를 설레게 했던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 발표로 2008년 10월 불과 602원이던 CNK인터내셔널 주가는 2011년 8월 1만7450원으로 30배가량 급증했다가 시세조종과 공시의무 위반으로 결국은 상장폐지됐다.

이 사건이 왜 금양에서 오버랩돼 나타날까?

금양이 발포제 기업에서 미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 자체는 칭찬해야 한다.

금양은 인터넷 시대가 열리던 2000년 초에도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지난한 소송전 끝에 회사 자금으로 300억원을 배상한 바 있다.

20여년이 지나 이번에는 2차전지로 변신을 꾀한다. 지름 46㎜, 높이 95㎜ 원통형 배터리 KY-4695를 개발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배터리 개발과 광산 투자로 금양의 부채비율은 430%로 높아졌고, 총차입금도 627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규모도 1년 반 전 2780억원에서 1조375억원으로 3.7배나 커졌다. 기존 조직의 관리범위를 크게 넘어선다. 투자자금은 이미 사용했고, 성과는 아직이다.

재무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규 자금이 공급되면 재무구조는 개선되겠지만, 신사업을 감당할 조직운영 능력은 누가, 언제, 어떻게 높일 것인지?

시장에서 잃어버린 신뢰 회복과 자신의 조직운영 능력 향상, 금양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난제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