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결혼비용에 예물까지 …백태 위험주의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 업체 A사는 결혼을 앞둔 병원장 부부의 결혼 비용뿐만 아니라 신혼여행, 예물비까지 지급했다. 다른 의사에겐 고급 가구와 대형 가전제품, 상품권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건설·보험중개 분야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가장 성행하자 국세청이 칼을 뺐다.

국세청은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탈세 행위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건설·의약품·보험중개 등 3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47개 업체의 세무조사를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리베이트란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에서 대가의 일부를 돌려주는 금전적 혜택으로 불법적으로 제공되면 부정 이익을 취하는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세무조사를 통해 영업대행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품 업체는 16곳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업체는 대행사에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해 자금을 조성한 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한, 직원 가족의 명의로 위장한 대행사에 허위 용역비를 지급해 자금을 마련하고, 그 자금으로 의료인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대행사 대표는 고액 급여를 받은 후 현금을 인출해 유흥업소 접대비로 사용했으며, 전 직원 명의로 설립된 회사에 병원 소속 의사들을 주주로 등재한 후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과거 세무조사에서 의약품 업체의 리베이트에 대해 법인세만 부과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법인세 추징과 동시에 리베이트를 받은 수백명의 의료인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 분야 17곳에선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행사와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의 특수관계자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적발됐다.

발주처의 특수관계인에게 △가공급여 형식 △비용 대신 부담 △허위용역비 지급 △하도급 업체에 과다한 도급액 지급 후 페이백을 받는 등 리베이트를 수취·제공했다.

신종 유형으로 CEO보험(경영인 정기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 등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 업체 14곳도 적발됐다.

CEO가 사망하거나 큰 사고를 당하면 보험금이 법인에 지급되는 점을 악용해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는 법인이 받을 보험금을 미리 자금으로 활용해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이다.

보험중개 업체는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본인이나 배우자나 자녀 등을 보험 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형태는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불공정과 부당이익을 넘어 부실시공, 의약품 오남용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