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중대재해 대책에 노조 "핵심적 해법 없다"

2026년까지 1조9760억 '안전 투자' 노조 "홍보전략용·실효성 의문" 비판

2024-09-23     민지 기자
▲ 한화오션이 발표한 대대적 안전 투자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한화오션

한화오션에서 잇따른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조선소 내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앞으로 3년간 2조원을 투자해 안전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노조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8일 2026년까지 1조9760억원을 투자해 6개 분야의 안전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강화 내용은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노후 설비 등 선제적 교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선진 안전 문화 구축 △체험 교육 중심 안전 아카데미 설립 △협력사 안전 지원과 안전요원 확대 △외부 정기적 안전 평가와 안전 경영 수준 향상 등이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회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규모 투자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핵심적 해법은 빠져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고는 생산에 떠밀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그릇된 경영 인식에서 비롯됐는데 원인이 작업자에게 있다는 안전 문화 정착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화오션 사망사고는 올해만 5건에 달한다. 중대재해 사망 3건을 비롯해 온열질환 의심 사망 1건, 원인불명 익사 1건 등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은 지난 9일 오후 10시 57분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 추락 사고다. 노동자 A씨는 건조 중이던 선박 상부에서 작업하다 3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A씨는 주간 근무 후 추가 요청을 받고 야간작업을 하던 가운데 사고를 당했다.

노조는 하청업체 소장의 경고에도 한화오션이 강행을 지시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또 "32m 높이 공간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그물망만 설치돼 노동자가 그 사이로 빠져 추락했다"며 작업환경이 법률상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에도 6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폭염 속에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노조는 "현장 어디에도 온습도계가 설치되지 않았고 사측은 노동자의 건강을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8월에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20대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라인더 작업 과정 발생한 폭발로 노동자는 철판 파편에 맞아 11m가량 튕겨 나갔다.

당시 한화오션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앞선 사고 때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측의 안전 관리 소홀과 부주의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사측뿐 아닌 정부의 책임도 강하게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안전 점검이 형식적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한 결과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동부 통영지청장의 사퇴와 한화오션 실질적 경영책임자 구속을 촉구했다.

한화오션은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와 노조 측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노조는 안전대책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면 추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 정부와 사측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화오션이 1조9760억원의 안전 투자를 발표했지만 이번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겉으로는 대규모 안전 투자를 내세우지만 현장 노동자 목숨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