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칼럼] 헤어롤과 50대 사장

2024-08-01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중소기업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이미지씨는 업무시간에 헤어롤을 하고 있었다. 퇴근 후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과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머리스타일이 원하는 모양으로 되지 않았던 게 신경이 쓰였나 보다.

회사가 자신의 집과도 같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50대 사장이 그 모습을 목격했다.

"잠깐만, 이봐! 회사에서 왜 헤어롤을 하고 있는 거야. 여기가 당신 집이야? 학교 다닐 때 껌 좀 씹었던 거 아니야?"

"네?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책상에 앉아 있을 때만 잠깐 하는 건데요?"

헤어롤은 1970년대부터 바쁜 현대 여성이 미용실이나 전문가의 손길 없이도 간단하게 머리를 정리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인기를 끌었다.

오죽하면 2017년 대통령 파면 선고를 하는 당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헤어롤을 두 개나 말아 놓고 그대로 출근해 화제가 되었을까.

전 국민은 이정미 권한대행을 보며 소박한 서민의 모습이라는 파면을 앞둔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찬사를 보낸 반면, 수많은 외신은 한국 여성사회의 지극히 사소한 실수라며 웃어넘겼다.

나이 든 꼰대의 약세 속에서 젊은 꼰대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게 최근의 양상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자랐고 자신이 하는 행동의 정당성을 찾는데 익숙한 젊은 꼰대의 특징은 실수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물론 나이 든 꼰대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기성세대는 회사에서 어떤 실수를 하면 그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젊은 꼰대들은 실수 자체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고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해 논리력을 총동원한다.

"옛날 같았으면 저런 거 두고 보지도 않을 텐데 요즘 많이 좋아졌어"라며 우리 꼰대들은 옛 시간을 회상하며 현실 도피를 해보지만 마찰만 늘어날 뿐이다.

많은 직장에서 직원 사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세대 간 생각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직장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모여 있는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옛 기억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과, 자신의 주장이 타당 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젊은 세대의 갈등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하나의 규칙은 중요하다.

만약, 남성이든 여성이든 회사 내에서 특유의 복장을 착용하거나 헤어롤을 하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복장규정과 같은 기준을 세워서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부터 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