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협력사 12곳 입찰 담합 9년 … 과징금 104억
삼성에스디에스가 발주한 334건의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 참여하며 담합한 업체 12곳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장기간 이뤄진 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다.
공정위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12곳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당공동행위를 벌인 것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5900만원을 부과한다고 2일 밝혔다.
행정처분을 받는 업체는 13곳으로 피에스이엔지, 대안씨앤아이, 두타아이, 메카테크놀러지, 아인스텍, 창공에프에이, 창성에이스산업,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 타스코, 파워텔레콤, 한텍, 한화컨버전스, 협성기전 등이다.
대안씨앤아이는 이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피에스이엔지가 사건 관련 사업 부문을 대안씨앤아이에 분할합병하고 폐업함에 따라 행정처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를 위한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시스템 구축·유지·관리 비용은 반도체 제조원가에도 반영된다.
삼성에스디에스가 2015년 원가절감 차원에서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경쟁입찰로 변경하면서 12개 협력업체들은 저가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담합행위를 시작했다.
입찰 공고 이후 각 품목의 낙찰예정자는 이메일·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투찰 가격과 견적서를 전달했고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가격대로 투찰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중간재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땐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