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희 칼럼] 안전한 돈이 필요한 이유

2024-04-14     안경희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겸 경제금융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겸 경제·금융연구소장

최근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가 자매지로 창간한 매체가 세이프머니다. 우리말로 '안전한 돈'이다. 세상에 안전한 돈이 존재할까?

복잡한 현대 경제에서 쉽사리 안전한 돈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가 포함된 주식연계증권(ELS · Equity Linked Securities)에 투자했던 금융소비자들은 원금손실의 쓴맛을 봤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만을 거래하던 예금자들이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제시한 고금리 금융상품에 손이 간 것은 인지상정이다. 주변에 주식연계증권의 위험성에 대해 일러주는 사람은 없었을 터.

주가연계증권 판매를 직원들의 KPI(Key Performance Index)로 설정한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 경영진의 비이자수익 확대 욕심은 이 금융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한 채 금융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됐다.

그 규모가 무려 18조8000억원이며 손실액은 6조원에 이른다. 금융지주회사가 증권회사를 가지고 있을 때 판매규모가 컸으며, 실적 압박에 따른 불완전판매도 배가됐다. 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설명의무와 부당권유금지 위반으로 은행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웠다.

하지만 한 번의 유혹은 자신의 알토란 같은 돈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졌다. 안전한 돈이 필요한 이유다. 1년을 아무런 위험을 지지 않아도 보상해 주는 금리를 무위험금리라 한다. 무위험금리를 주는 대표적인 것은 국채다. 예금자보호가 되는 정기예금도 여기에 속한다.

요즘은 한국은행이나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돼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도 꽤 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며, 앞으로 다시 저금리 상황이 되면 또다시 안전한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높은 이자를 주는 위험한 돈 주변에서 서성이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과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 난다. 기존의 공중파뿐만 아니라 종편, 경제방송채널, 경제관련 유튜브 등 다양한 곳에서 손쉽게 정보를 대할 수 있다. 처음은 어려운 용어투성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돈의 흐름과 생리를 알게 된다.

안전한 돈의 대명사인 미국의 국채 금리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그 위험을 시장위험이라 한다. 미 연준이 거의 제로(0) 금리에서 5.25~5.5%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를 자산의 대부분으로 갖고 있던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 Silicon Valley Bank)은 보유 손실이 발생해 결국 붕괴했다. 자산 270조원이 넘는 대형 은행이 한 순간 사라졌다.

안전한 돈이라는 미국의 국채와 은행의 예금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의 만물은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른다. 금융과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를 하며 자기 자신의 역량을 키우면 위험한 돈도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특히 장·노년층이 더욱 유념하여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허투루 공중에 날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겸 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