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영화 '서울의 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천만 관객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가진 정치적 의미 과거와 현재의 모습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2023-12-27     문영기 주필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관람객이 천만 명을 돌파했다. '천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이상을 넘어선 유의미한 기록이다.

영화를 돈을 내고 관람할 수 있는 국민의 대부분이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이고, 12·12 사건에 대한 재인식이 아주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다. 일부 극우단체들은 서울의 봄이 '좌빨'의 역사 왜곡 영화라며 초·중·고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반대하고 나섰고,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던 학교 앞에 찾아가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만희 사무총장, 윤 권한대행, 유의동 정책위의장. ⓒ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하나회를 척결한 것은 우리 당의 뿌리인 문민정부"라고 구태여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세연을 비롯한 극우단체들이 내세우는 '역사왜곡'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문민정부의 '하나회 척결'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이뤄진 것이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민자당이 관여하거나 주도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보수정당과 극우단체에서 '서울의 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재 국민의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민정당'이 12·12 군사반란과 5·18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유는 12·12 군사반란에 대해 알지 못하던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역사적 시각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큰 변화를 불러 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12·12를 직접 겪은 이른바 586과 그 이전 세대들에게는 과거의 엄혹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불편한' 영화이기도 하다.

5공화국을 넘어 6·29를 거치고, 다시 촛불시위까지 경험하며 이뤄낸 민주주의의 토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됐는지도 되짚어 보게 된다.

물론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딘지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없지 않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윤재옥 원내대표와 나란히 서있다. ⓒ 연합뉴스

당·청(용산)의 수직적 관계. 정치경험이 전무한 군인 출신의 대통령과 검사 출신의 대통령. 여당에서 무소불위의 전권을 가진 역시 검사 출신의 비대위원장.

군인 출신이 요직을 독차지했던 당시와 현재 요직에 앉아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

폭압적인 언론통폐합과 언론 검열. 수시로 이뤄지는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검찰 출신의 방통위원장. 국가권력의 언론장악과 자본권력의 언론장악.

'군인'이 '검찰'로 대체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하는 요즈음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