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칼럼] 허점 투성이 '장애인고용분담금'제도의 한계
연말이 되면 기업의 채용부서는 올해 장애인고용을 얼마나 했는지 큰 고민을 안고 신년을 맞이한다.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 또는 우편, 방문 등을 통해서 '장애인고용분담금(분담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담금이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전 직원 대비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납부해야 하는 공과금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33조에 따르면 월평균 상시 1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나, 민간사업주,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장 모두 신고 대상이다.
사회 연대책임의 이념을 반영하여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와 고용하지 않는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평등하게 조정함으로써 장애인 고용에 적극 나서기를 바라는 취지가 깔려있다.
그러나 기업 채용담당자 이메일이나 펙스를 보면 '고용분담금 획기적 절약'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장애인고용부담금'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많은 장애인고용 컨설팅 회사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컨설팅 회사는 장애인을 고객 회사의 서류상 직원으로 올려놓는 방식으로 하루 4시간가량의 단시간 근로자로 고용하거나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으로 사용하는 등 장애인 1명을 채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허점을 파고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채용되더라도 많은 장애인에게 적절한 업무를 맡기지 않고 처음부터 재택근무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보이지 않는 직원으로 채용해놓고 고용분담금을 절약하려는 의심 사례가 셀 수 없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사업주는 납부해야 할 고용분담금에 비해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보다는 편법 채용을 적극 고민하게 된다는 점이다.
장애인을 건전한 사회로 불러 들여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취지와는 다르게, 허점 많은 정책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모두가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려 하지 않는 데 한몫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업무능력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이왕이면 일반인 기준에서 장애가 없는 직원을 고용하려는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기형적 분담금 제도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기형적 제도가 되어 간다면 획기적인 정책으로 허점을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정규직을 채용하는 사업주에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장애인에게 직무상 맞춤형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주와 연계해 교육부터 취업까지 정부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업주와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버리는 등 사회적 인식의 대 전환이 절실하다. 멀리 보는 안목이 스며든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사회적 연대의 책임을 다하고 장애인 고용문제를 책임 있게 바라보고 있는 건전한 사업주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책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 비율이 높고, 사회의 안전망은 늘 후진국 드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국민 누구라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고용문제를 먼 산 바라보듯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고자 하는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장애인고용 컨설팅 사업을 벌이는 사람이나, 실제로 관심도 없으면서 분담금 절약을 위해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사업주를 관리할 실질적 방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