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수수료 100만원 삭감 … 노동자 다 죽는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회사 "선호도 낮은곳 인상 … 노조가 사실 왜곡"
"계약기간도 안 끝났는데 임금 100만원 일방적으로 삭감, 쿠팡 택배노동자 다 죽는다."
쿠팡 물류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배송 수수료 조정에 나선 가운데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원청 갑질'을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7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본사 앞에서 쿠팡의 임금 100만원 삭감 등 원청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전국 400개 대리점을 상대로 건당 100원~250원에 달하는 수수료 삭감안을 제시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원청이 하청회사에 계약기간 도중 수수료와 같은 계약의 핵심사항을 불리하게 변경하면 노동자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쿠팡은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매년 단가 협의 명목으로 이 같은 원청 갑질을 반복하며 해마다 수수료를 삭감해왔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은 힘없는 대리점과 기사들을 겁박해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추가 이윤을 가져가면서도 매년 수수료를 삭감하는 연례행사를 벌이고 있다"며 "생물법에 기초한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 내에 임금을 삭감할 수 없도록 명시돼있는데도 버젓이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수수료 삭감의 실질적 피해를 당하는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자기 의견을 한마디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 가운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쿠팡의 노동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광창 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쿠팡은 노동자가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더 많은 저단가 경쟁으로 택배 물량을 확보해 돈을 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택배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은 결국 우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쿠팡이 폭주해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77.4%가 지지한 노조법 개정안을 거부했다"며 "많은 쿠팡 택배 노동자, 대리점주들이 속 끓이고 있는 가운데 말도 안되는 쿠팡의 독주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수수료 삭감안이 적용된다면 월 7000개 배송 기준으로 35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한 달 수입이 감소된다"며 "지금과 같은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시대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는 와중에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할망정 삭감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이라는 시스템 아래 다른 택배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며 "어느 택배사도 하지 않는 야간 배송을 하면서도 구역도 계약으로 보장되지 못해 클렌징이란 제도 아래 불안에 떨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클렌징' 제도란 쿠팡CLS 본사의 업무 지침으로 특정구역에서 정해진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위탁계약 관계인 영업점에 구역 회수를 통보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세이프타임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비율 등 노선 특성을 고려해 영업점과 협의해 노선별 수수료가 정해진다"며 "노선 특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됐지만 노조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CLS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물량이 보장돼 다른 택배사에 비해 높은 수입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수입도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CLS의 경우 비닐 포장 등 가벼운 상품이 대부분이며 한 가구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 개별 상품당 한 건의 수수료가 지급돼 주문 밀집도가 높고, 배송 동선을 줄고 수입은 높은 편이기에 택배기사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