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4-DAY] '위험천만 간판'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간판없는 건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건물은 자영업자나 기업이 건물의 방 한 칸씩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체를 홍보하는 수단 가운데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간판이다. 말 그대로 얼굴이다.
하지만 이들 간판이 안전측면에서 위험천만한 경우가 많다.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 연중 특별기획 <세이프포데이>가 1월의 주제로 '간판'을 선정했다.
세이프타임즈 취재팀이 이들 간판의 안전 침해요소는 없는지 살펴봤다.
무엇보다도 일부 간판들이 행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 건물에 입주한 업체가 많은 탓인지 간판이 '따개비'처럼 건물마다 벽면에 다닥다닥 붙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적게는 6~7개, 일부 건물은 20개까지 달려있는 것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간판은 안전에 문제가 없을까.
간판이 제대로 안전하게 설치돼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한 번 설치한 뒤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 듯 해 보였다. 방치하거나 관리를 외면한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판 추락이나 파손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의 한 음식점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몰의 한 간판이 떨어져 2명이 다쳤다.
지난 5월에도 전남 여수 한 초등학교에서 간판이 떨어져 교사 1명, 학생 1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수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태풍 등 강한 바람이 불어 떨어진 간판이 흉기로 돌변하는 것도 다반사다. 행인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면서 '날아다니는 흉기'라고 불릴 정도다.
외부의 힘으로 추락하는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 건물 1층 입구 벽면에 설치된 간판도 위험천만하다.
행인이 미처 간판을 보지 못해 부딪혀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설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의 간판은 벽면에 가로로 붙이는 벽면간판, 세로로 튀어나오게 붙이는 돌출간판이 있다.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은 돌출간판이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보면 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돌출간판 아랫부분과 지면과의 간격은 3m(인도없는 경우 4m) 이상이어야 한다. 윗부분은 건물 벽면의 높이를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벽면과 간판 사이에 간격을 둘 필요가 있는 경우 간격은 30㎝ 이내, 간판의 바깥쪽 끝부분의 돌출폭은 벽면으로부터 1m 이내, 세로의 길이는 3.5m 이내여야 한다.
간판 두께는 30㎝ 이내여야 한다는 것을 볼 때 1층 입구 바로 옆에 크게 붙어 있는 간판은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은 간판 내 창살이 다 드러날 정도로 파손된 경우도 쉽게 보였다.
간판 설치자가 수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쉽게 목격됐다.
폐업 후 간판을 철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간판 관리자가 없기에 자칫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묻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옥외광고물법은 허가·신고, 변경 허가 등에 대한 규정만 있다. 폐업 후 간판 철거를 확인할 명확한 규정은 없기에 불안한 간판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판 시공 업체 관계자는 "폐업한 상점의 간판을 철거할 때 보통 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업하거나 이전하는 업주들이 간판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관리를 하지 않은 폐·불법간판에 대해 서울 용산구, 대전 중구, 울산 울주군 등 지자체들은 폐간판 철거사업을 하고 있다. 깨끗한 도시미관 조성은 물론 풍수해 대비와 보행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협하는 간판은 아직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무료로 폐·불법간판을 처리해주고는 있지만 구멍뚫린 법망을 피하고 있다. 사업주들의 안전에 대한 사고 전환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간판의 보수, 관리, 철거도 신경써서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날아다니는 흉기'는 언젠가 자신이나 가족을 덮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