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노출가격-결제가격 제각각 … '이중가격' 시스템 논란
대형 오픈마켓 업체 11번가가 저렴한 가격을 노출시킨 뒤 결제 땐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11번가 자체 아이디가 아닌 네이버, 카카오톡 아이디 등 간편로그인으로 접속했을 때 나타나고 있다.
7일 소비자들의 제보를 종합하면 11번가가 상품 소개글엔 실제 가격보다 낮은 판매가를 노출해 클릭을 유도하고 결제 과정에선 처음 본 가격보다 비싼 금액을 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회사원 A씨는 "11월에 들어서며 전기장판을 구매하려 네이버 검색을 통해 11번가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다"며 "처음 본 가격은 6만3000원 정도였는데 결제를 하려니 7만5000원으로 표시돼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30대 주부 B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서울 시내 백화점 크리스마스 트리 게시물을 보고 직접 가진 못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만들고 싶어 11번가를 찾았다"며 "로그인을 하고 장바구니에 담을 때까진 할인된 가격이 표시됐지만 결제창에 들어가니 갑자기 가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세이프타임즈가 7일 여러 상품을 검색하며 조사한 결과 가격에 관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11번가는 의류, 식품, 전자기기, 도서 등 상품 종류와 상관 없이 할인가격을 띄운 뒤 홈페이지 회원이 아닌 소셜미디어 로그인 회원에겐 결제 때 정상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결제창엔 "소셜 로그인 회원은 11번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구입상품 및 구입금액(1회 50만원 한도)이 제한된다"고 적혀 있다. 모바일 결제창엔 "본인인증을 하지 않으면 이벤트, 할인 등 11번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도 써 있다.
11번가는 자체 회원 아이디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T아이디, 애플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아이디로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위해 11번가 자체 아이디를 만드는 번거로움을 줄여 소비자가 빠르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수능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딸을 위해 태블릿 PC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는 한 50대 소비자는 "가격만 보고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에서 결제 직전에 실제 구매 금액을 다르게 내놓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제창에 가서 10%가량 높아진 금액을 보고 혼란스러웠다"며 "본인인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안내를 잘 해놓지 않아 헛걸음만 했다"고 말했다.
11번가와 함께 국내 오픈마켓 4대 업체로 꼽히는 옥션, 티몬, 지마켓의 상황은 어떨까. 이들 업체에선 이러한 '이중 가격' 시스템 없이 회원가입 때부터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거나 본인인증을 거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관계자는 로그인 방법에 따라 상품 가격이 오락가락한 상황과 관련해 "홈페이지 회원은 본인인증이 됐기 때문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의 경우 정책상 할인이 되지 않는다"며 "추후 본인인증을 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