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감독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 지자체 중 절반만 설치

홍기원 의원 "건축구조기술사 같은 전문인력 지방에서 채용 어려워"

2023-09-14     김주헌 기자
▲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실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2곳 가운데 1곳꼴로 센터를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평택갑)이 받은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지역건축안전센터 의무 설치 지자체는 140곳이지만 이 가운데 설치를 완료한 곳은 79곳으로 그쳤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사상자 204명이 나온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축물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부실 공사를 감시·감독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10년 가까이 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작년 1월부터는 △광역시도 △인구 50만 명 이상 △건축허가 면적 또는 노후 건축물 비율이 상위 30% 이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 지자체는 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또한 건축사와 구조기술사를 각각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채용을 모두 완료한 지자체는 의무 설치 대상 지자체의 4분의 1 수준인 33곳(23.6%)에 그쳤다.

지방일수록 채용난이 심해져 광주 광산구, 경북 포항·성주시 등에선 3번이나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전문인력을 못 뽑고 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문인력 1명을 채용하려고 채용공고를 7번이나 내야 했다"며 "서울도 이렇게 사람 뽑기 힘든데 지방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인력난 원인으로는 예산 부족이 꼽힌다. 경력 있는 건축구조기술사의 경우 민간업체에서 받는 연봉이 1억5000만원 안팎이다. 이들의 연봉이 지자체장 연봉보다 많은 경우도 많아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문인력 채용이 쉽지 않아 건축 관련 협회로부터 필요시 조언 받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어렵사리 채용했더라도 이직을 고민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업무량이 과도한 데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돼 업무도 불명확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10곳 가운데 7곳꼴로 전문인력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기간도 1년 정도에 그쳤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각 지자체에서 편성한 센터 운영 예산 총액은 353억4100만원으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1400만원이 줄었다. 서울시 예산은 지난해 101억2400만원에서 50억56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정부가 오는 10월 안에 철근 누락 사태 등과 관련한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부실 공사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학 관계자는 "안전은 비용에 따라 판가름나는 만큼 필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