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다시 드리운 '블랙리스트'의 그림자
MB시절 언론 정책 주도했던 유인촌·이동관 복귀 언론장악 시도 블랙리스트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
문화체육부 장관에 유인촌 문화특보가 임명됐다. 특보로 발탁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유인촌 특보는 이명박 정권 시절 이미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냈다. 유 장관 시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블랙리스트'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명단을 작성해 조직적으로 탄압했다. 여기에 문체부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일부 방송 진행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마이크를 뺏겼고, '좌파 배우'로 낙인찍힌 배우들은 스크린과 TV에 얼굴을 내밀 수 없었다. 소위 '좌파 예술인'들에 대한 탄압과 사찰은 이후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문체부 장관 후보가 된 유인촌 특보는 "당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2년여에 걸친 진상조사 결과는 유 장관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유인촌 특보가 문체부 장관 후보로 임명되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언론 투톱 체제'가 만들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방송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문화체육부는 신문과 인터넷 매체를 관리하고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곳이다. 여기에 포털 사이트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본격적인 언론 장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은 시작됐다. 여권 인사들로 채워진 KBS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을 해임했다.
이동관과 유인촌 두 사람이 모두 MB시절 언론정책을 담당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윤석열 정부에서 MB정권 인사의 중용은 두드러진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 2차관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 장관도 이른바 'MB맨'이다. 대통령실에는 외교 실세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도 마찬가지다.
MB 인맥이 당정은 물론 내각과 대통령실까지 장악한 것은 보수 정권의 연장선상이라는 점도 있지만, MB 정권과 처한 상황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출범 초기 위기에 몰렸던 MB정부는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언론 장악에 나섰다. MBC와 KBS 사장 교체, 종편 방송의 무더기 허가 등 우리 언론 환경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 초기 이른바 '날리면' 발언으로 위기에 처했다. MB정권과 비슷하다. 공중파 방송의 장악을 위한 수순도 닮은 꼴이다. 심지어 정책을 추진하는 인사 역시 이동관과 유인촌, 같은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30% 전후의 낮은 지지율에 갇혀 있는 윤 정부는 내년 총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하다.
또한 낮은 지지율로 정권을 재창출했던 MB정권의 선례는 윤석열 정부에게 큰 지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MB정권 인물들이 중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MB시절보다 훨씬 다양한 매체가 상존하고 훨씬 복잡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언론 환경에서 MB시절 인물과 같은 정책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