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바이러스 억제 유전자 아프리카서 발견됐다
오랜 기간 학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아프리카계 에이즈 환자 연구에서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를 보이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8일 프랑스 일간 웨스트프랑스에 따르면 에이즈 저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아프리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발견됐다.
유엔 에이즈 계획(UNAIDS)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 400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에 거주한다. 그럼에도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해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아프리카인 유전자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10여년 전부터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EPFL)에서 진행된 연구는 특정 인구가 에이즈에 더 잘 대항하는 유전자를 보유하는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CHD1L'이라고도 불리는 1번 염색체가 에이즈 저항에 효과적이란 사실이 발견됐다. 1번 유전자는 인간 세포 전체 DNA의 8%를 차지하는 가장 큰 염색체다. 특정 공격으로 인해 손상된 DNA를 복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6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연구 논문은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됐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전세계 27개 연구소에서 4000명의 아프리카인 환자 데이터를 모았다.
다만 분석된 아프리카계 유전자 가운데 5%의 1번 염색체만이 에이즈 저항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혈액엔 에이즈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게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병의 진행도 느렸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통제하는 데 성공하면 에이즈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에이즈와 관련한 '특별한' 유전자가 발견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에이즈에 아예 감염이 되지 않는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에이즈 수용체로 알려진 'CCR5' 유전자의 기능이 망가진 돌연변이 유전자가 연구 대상 유럽 인구의 1%에서 발견됐다.
아프리카계 유전자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 자크 펠레(Jacques Fellay)는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인구에 대한 첫 광범위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프리카인은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만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