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사태로 12명 사망 … 역대급 폭우에 '속수무책'
경북도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12명이 숨졌다.
16일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잠정 집계한 인명피해 현황을 보면 사망·실종 27건 가운데 산사태로 인해 매몰된 사고는 16건이다.
인명피해가 난 곳 가운데 평소 산사태 위험이 있어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1곳뿐이었다. 나머지 10명은 기존에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에 머물다 사고를 당했다.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던 곳은 관계 당국의 사전 점검 대상도 아니었고 주민들 역시 피해를 예상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 인명피해가 컸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기초조사와 자체 현장조사 등을 거쳐 산사태 취약지구가 정해지는데 경상북도에는 4900여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폭우처럼 지역별로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비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북 지역에 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던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 8일부터 비가 계속 내려 이로 인해 토질이 약해진 상황에 시간당 80㎜의 강한 비가 내렸고 태양열 시설과 주택을 짓는 등 각종 개발로 자연에 불균형이 생겨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예천군 관계자는 "호우가 예보된 직후부터 마을별로 집을 떠나 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할 것을 안내했다"며 "마을방송이나 문자메시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방송과 문자메시지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한 지역주민은 "군청과 행정안전부 등 온갖 기관에서 온 문자가 70통이 넘는다"며 "문자들이 경고의 의미는 있었지만 비가 많이 와도 산사태가 난 적은 없어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지만 형식적이기 때문에 잘 안 본다"며 "직접 와서 보고 어르신들을 부축해 대피소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평소 산사태 우려가 없었던 곳에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취약지역 지정 유무와 관계없이 비가 집중된 곳은 관련 대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