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국민 볼모 정쟁 멈추고 양평고속도로 재추진해야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되자 졸속으로 백지화 원 장관 독자 판단 의문 대통령실 '지시' 의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장한 표정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 의혹이 제기된 양평 고속도로 추진을 백지화했다.
국비 1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됐다. 12만 양평군민의 불편은 물론 주말이면 양평을 찾는 수도권 주민들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사과가 있어야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며 국책사업을 '볼모'로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이 의혹이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았지만,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이 정도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백지화하려면 타당한 근거와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는 여당과의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원희룡 장관의 일방적인 발표로 이뤄졌다.
고속도로 종점이 강상면으로 바뀐 이유부터 불명확하다. 양평군에서는 3개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토교통부가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려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국가기관인 KDI의 용역 결과를 두고 민간 용역안을 채택한 이유도 불분명하다. 교통망 분석이라고 내놓은 보도 자료 역시 IC가 없는 예타안과 강상면안을 비교하는 형평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료다. 인터체인지가 없는 도로와 있는 도로의 교통량을 비교한 것이다. 당연히 IC가 없는 도로의 교통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과연 원 장관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런 결정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백지화 결정에 여당은 당황하면서 '물타기'에 바쁘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전임 군수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더니, 김부겸 전 총리, 유민상 전 비서실장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국민의 힘 소속인 현 양평군수는 진퇴양난이다. 갑작스러운 폭탄을 맞은 양평군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거 군 의장 시절 했던 발언까지 뒤집으면서 국민의 힘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양평 고속도로 종점으로 변경된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윤 대통령의 처가가 양평 일대에서 갖가지 의혹에 휩싸인 만큼 고속도로는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 불편을 볼모로 잡고 정쟁을 이어간다면 결국 이 사태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여당도 적절한 출구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의혹 제기에 '물타기'만 거듭한다면 의혹의 수렁에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고,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