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면죄부 주기 위한 후쿠시마 원전 실사 안된다
양국 입장차 뚜렷해 실사단 검증 의문 형식적 실사 아닌 실질 검증 이뤄져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쿠시마 원전수에 대한 검증 실사에 대해 벌써부터 두 나라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실사단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사단 파견에 합의한 지 불과 이틀만이다.
이에 반해 우리 측은 시찰단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도 국회에서 시찰단이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런 입장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사와 검증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이기 때문이다. 검증 장소나 방식, 자료 등을 일본이 원하는 수준이나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보다 정확한 검증과 실사가 이뤄지려면 다핵종 제거설비, 원전수 저장탱크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 시설들이 모두 방사능 수치가 높은 원전부지 안에 있어 접근 가능성이 높지 않다.
IAEA, 국제원자력기구의 2년간의 검증절차가 다음 달에 마무리되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검증단이 얼마나 충실한 검증과 실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본은 IAEA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어, IAEA의 검증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의 검증단이 IAEA와 다른 문제점을 찾아낸다고 해도 방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고유한 검증 결과를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설사 방류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 이후의 협상이나 다른 국제적 사안에 대처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검증단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검증단 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본의 원전수 방류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검증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이미 두 차례 원전수 방류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대부분 원전수 방류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검증단에 참여할 경우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말 그대로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실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게 된다며 당장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재개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이고 반대할 명분이 없는 한국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안전성과는 관련 없이 원전수가 방류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실에서는 안정성 평가가 없을 것이라는 일본의 입장에 대해 오염수 정화설비 작동과 운용 역량 조사 등 '검증'에 가까운 실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부의 의지와 계획이 관철될 수 있도록 검증단 구성과 검증방안, 실천계획을 면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수 문제는 단순히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중요한 보다 넓은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