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부담 줄이려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환경단체 반발

2023-03-22     신승민 기자
▲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2030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줄이기 위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줄여주고 대신 원전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한 감축 규모를 늘린 것이 핵심이다.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2030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발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18년보다 40% 줄일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21년 10월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동일하다.

산업 부문의 감축 규모는 2021년 발표 때 14.5%였지만 11.4%로 축소됐다.

에너지 전환 부문의 감축 규모는 44..4%에서 45.9%로 늘었다. 400만톤 추가 감축은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해 추진할 예정이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산업 부문은 원료 수급 제한, 기술 개발 지연 등 현실적 어려움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 수출 경쟁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계획 기본안. ⓒ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 1차 기본계획부터 '구멍'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비전과 중장기 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본계획은 국가 비전과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사항, 중장기 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한 부문별, 연도별 대책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기본계획에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규정된 절차들을 어긴 점이 수두룩하다.

먼저 계획 기간에 포함된 20년 뒤인 2042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포함돼 있지 않다.

박지혜 기후단체 플랜 1.5 변호사는 "적어도 5년 단위인 2040년 감축목표는 들어가는 게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은 기본계획 수립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대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에는 경제적 효과 분석 역시 들어가 있지 않다.

정부안을 수립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도 졸속 논란이 있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위촉할 때 청년, 노동자, 농어민 등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위원회에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립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와 학계, 지자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시민사회,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와의 간담회는 없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20년간의 계획이 담겨야 하는 법정 규정도 무시하고 10년치의 계획만을 담은 것도 모자라 새로운 위험과 미래세대로 미루는 계획으로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 산업계 민원에 급급 … 환경 파괴 지름길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산업계의 민원만 해결한 것"이라며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부문별 감축 책임 가운데 산업계의 감축 책임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기존에도 감축률이 가장 낮았던 부분의 목표를 축소했다는 것은 산업계의 민원 챙기기에 급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배출량의 54%에 달하는 산업계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아닌 지원책들만 가득한 것은 누구를 위한 기본계획인지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산업계 감축목표가 줄어든 만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과 국제감축분을 확대한 것은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의존을 늘리는 자가당착에 불과하다"며 "기본계획안은 과학적 경고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노후 원전을 무리하게 계속 가동하고 처리 방법이 없는 고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 기조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