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만 칼럼] 일본이 정직하다는 우리 대통령
일본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찬탈했던 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징용, 위안부, 강제노동으로 우리 백성들을 희생시켰다. 1923년 관동 대지진때는 조선인에게 누명을 씌워 학살을 자행했다. 한국전쟁때는 경제 부흥에 대한 기대로 하늘에 감사했던 나라다. 이웃나라는 처절하게 피바다가 되었는데 말이다. 이때 일본은 우리 피 값으로 기사 회생했다. 여전히 독도는 자기네 땅이며 한국인은 아직도 자기들에 비해 열등하다 한다.
일본은 우리에게 이런 나라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이 국가폭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 드라마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여전히 너는 출신자체가 불량해 그런 인생을 사는 거라 한다. 일본이 우리를 대하고 있는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나라가 좋다며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3·1절에 일장기를 내걸었다. 그리고 공공연히 소녀상 철거를 외치며 시위한다. 소위 명문대학 교수진이 집필한 '반일 종족주의'는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현직 충북지사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다. 혼란스럽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것으로 모자랐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정직한 나라"라고 했다. 강제징용, 강제노역, 위안부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를 말이다. 한국이 자기들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말은 관점의 문제니 헛소리로 치부하면 된다. 그러나 열거한 내용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정직하다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대통령은 일본이 "아름다운 나라"라고도 했다. 일본 경치가 아름답다면 그 또한 개인 취향이니 그렇다 해 두자. 그러나 한 국가의 대통령이 한 말은 그 무게가 다르다. 여기서 말한 아름다움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가치관이 망라되어야 한다. 단지 경치만 본다면 세계에 아름답지 않은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일본은 과연 아름다운 나라인가. 역사를 멀리 보지 않아도 일본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강제징용에 대한 제3자 해결방안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없을 것이라 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을 예상한 일본의 걱정에 대한 친절한 답이다. WTO 제소도 서둘러 취하했다. 일본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로 "지켜본다"며 수출 규제 등 어느 것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우리에게 '지소미아'도 서둘러 원상복귀하라고 한다. 우리정부는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약점을 잡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한일관계 개선을 가장 바라는 나라는 미국이다. 동아시아 삼각 안보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에게 최대 우방이다. 우리와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말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걸까. 국익을 위해 자존심도 내팽개치는 것일까. 그렇다 해도 국민적 자존심까지 외면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일이다.
대통령의 말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은 그래서 지금도 명연설로 기억된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연설 비서관이 써준 글을 대통령이 직접 바꾼 대목이다. 간결하면서도 힘있고 철학이 있다. 대통령의 역사관이 분명히 살아있는 말이다.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중요하다. 우리의 역사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대통령의 생각과 말이 평범한 사람이 보아도 문제가 있다면 이는 나라의 문제가 된다. 어디까지 국민들을 좌절시키는지 16일부터 진행되는 대통령의 방일이 벌써부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