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칼럼] 시민안전까지 위협하는 '정치현수막' 이대론 안된다

2023-03-15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안중근 의사가 땅을 칠 일이다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
입학을 축하합니다. 공기청정기 예산 3억 확보

학교 앞 가로수에 걸려 있는 현수막 공기청정기 예산 확보 광고는 세금이 마치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쌈짓돈으로 시민을 착각하게 만든다.

문구만 보아도 정치적 의미가 가득 담겨 있는 이러한 현수막은 행인이 건너는 횡단보도, 학교, 그리고 신호등 앞뒤를 가리지 않고 걸려 있다.

교복 입은 학생을 쳐다보기에도 민망한, 온 나라가 정치 현수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치적 현안에 관한 현수막 등은 15일 동안 내용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 현수막 쓰나미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정당에서 마구잡이로 게시하는 정치선전물이 정당법에 의해서 일반적인 정당 활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정당이 게시하는 대부분의 현수막은 정당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철거 대상이 아닌 게시 가능한 합법 게시물이 된다는 뜻이다.

정치인 자신이나 정당을 홍보하고, 또 다른 정치활동의 이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입법부가 가진 힘을 한껏 활용한 의미 있는(?) 법률 개정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인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던 청년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에 걸려 다치는 사고 보도는 실제로 시민 안전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문에 발생한 현수막 쓰레기의 양은 9220톤에 달했다고 환경부는 밝혔으니, 평상시에도 합법이 된 지금부터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은 측정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

일이 이렇게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 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옥외광고물 담당자와 간담회를 열고 정당 현수막 현황과 대응 실태, 추후 관리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시각공해'의 근본적 해결책이 행정보다는 정치인과 정당의 인식 변화에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건지 궁금하다.

사실, 현수막에 들어간 문구는 그나마 읽을 만하다고 치더라도, 한쪽에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는 정당인의 사진은 쳐다보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가끔은 혐오스러움을 느끼 게 과연 나뿐일까.

각 정당과 정치인은 지금 길거리에 내걸려 있는 모든 현수막을 걷어 들이고,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입법 취지가, 정치인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길거리에 쏟아내도 된다는 뜻으로 오역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