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납품 지연'에도 '혈세 5천억' 집행한 서울교통공사

2023-03-08     황태흠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수주업체의 잇따른 납품지연에도 5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며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수주업체의 잇따른 납품지연에도 지연배상금만 부과하며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종길(국민의힘·영등포2)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 전동차 가운데 35.6%에 달하는 물량이 교체·개량이 시급한 상태로 나타났다.

▲ 김종길 서울시의원

공사는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해 2026년까지 7차에 걸친 1조8653억원 규모의 전동차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한이 도래한 전동차 가운데 일부가 최장 677일까지 납품지연이 발생했다.

3~5차 사업에 걸쳐 막대한 지연배상금을 부과받은 업체가 6~7차 사업도 수주에 재차 성공하며 연쇄적인 지연이 불가피해졌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3차 사업 2·3호선을 수주한 다원시스의 경우 수주 물량 전량에 대해 납품지연이 발생했다. 4차 사업 5·7호선을 수주한 우진산전은 336칸 가운데 136칸의 납품지연이 발생했다.

문제는 3차 사업 물량 전량을 기한 내 납품하지 못한 다원시스가 5차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현재 50칸에 대해 연쇄 지연이 발생한 상황이다.

업체들의 납품 지연과는 별개로 서울시의 예산은 꼬박꼬박 집행됐다. 물량 전체에서 지연이 발생한 3차 사업의 경우 1564억원의 예산 가운데 1504억원이 이미 집행이 완료됐고 4차 사업과 5차 사업도 각각 2905억원과 868억원이 집행됐다.

아직 한 대도 납품받지 못한 6~7차 사업의 경우에도 각각 예산의 46.4%, 29.6%가 이미 집행됐다.

김종길 의원은 "상습적인 납품 지연사태의 원인은 생산능력에 비해 무리하게 많은 물량을 수주한 업체와 적절한 평가 시스템 없이 탁상행정을 벌인 공사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돌려막기 덤핑 수주 경쟁의 최종 피해는 결국 노후한 전동차를 타고 출퇴근해야 하는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공사는 입찰자의 연간생산능력과 전체 납품지연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