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과징금만으로 해결될까
공정위, 자사 가맹택시 호출 몰아준 카카오T 257억 과징금 거대플랫폼 기업 독과점 행위 강력하고 촘촘한 규제책 절실 플랫폼 기업 단순한 이익추구 넘어 '사회 연결망' 인식 필요
카카오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앱 카카오T에게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 일명 '콜'을 몰아주는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 가맹기사인 카카오블루 운행기사들에게 호출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가맹 택시를 늘리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8년 동안 쇼핑, 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의 알고리즘을 조정해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검색 결과를 상단에 올려,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
온라인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혹은 자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한 불공정거래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에선 공정거래법과 별개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물리며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거대 온라인플랫폼이 단순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네이버는 사실상 우리 언론계를 지배하는 언론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카카오는 온 국민의 소통수단을 장악한 데 이어 이제는 금융과 유통, 오락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 센터의 화재는 우리 사회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얼마나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카카오톡의 불통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모두 정지시켰고 이커머스, 은행 서비스 등 경제분야는 물론 음악, 게임 같은 문화생활까지 큰 지장을 초래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의 화재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갖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규제와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이런 영향력에 근거해 만들어져야 한다.
공정위의 카카오와 네이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2차산업 시대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것이다. 산업의 주류가 디지털로 혁신된 현재 4차산업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이제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은 생산주체도 소비주체도 아닌 단순한 중개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중개자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이 문어발식으로 사들이고 지배하는 경제활동 영역의 대부분은 서민들의 경제활동 영역과 겹치고 있다.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사업 대상기업이 공정거래법에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거대 플랫폼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와 생산, 소비를 통해 이뤄지는 건전한 순환적인 경제활동이 아닌 소비자, 생산자를 디지털로 연결(link)하는 역할만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수익의 대부분을 잠식하는 거대한 공룡이 된 것이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거대 플랫폼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은 '공정거래'를 지키야 하는 단순한 경제주체를 넘어, 사회 모든 영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생존연결망'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사회의 안전 확보를 위해 훨씬 정교하고 강력한 대응책이 국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물론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과 피나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지적한 대로 글로벌 기업에게도 같은 수준의 규제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유럽은 이미 디지털콘텐츠법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섰고, 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국회와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기업을 보호하고 규제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 플랫폼 기업들 역시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을 넘어 공공성을 지닌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책임감을 갖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