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10·29 참사' 소방청은 희생양인가 ?
명확한 진상규명 이뤄지지 않은 초유의 참사 수사결과 놓고 사고 대응 기관 미묘한 입장차 형평성 맞는 처벌·수사 이뤄져야 대비책 가능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도중 발생한 압사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세월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1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경찰은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무려 74일간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경찰과 지자체,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재난 안전 예방과 대응의무가 있는 기관들의 과실이 겹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고 예방과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것이 경찰 수사의 결론인 셈이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이 구속됐고 17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책임자로 지목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현장 책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꼬리자르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국회의 국정조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국정조사 역시 예산심의와 일정이 겹친 데다 여야 간의 정쟁으로 명확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결과보고서마저 야당 단독으로 채택하는 부실한 조사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10·29 사고의 여파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 기관 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방청은 참사 발생 초기부터 특수본의 수사에 대해 큰 불만을 제기했다.
특수본의 수사가 현장에서 사고 수습에 나섰던 소방청과 경찰에만 집중되고, 정작 경찰과 소방을 관할하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수사는 확실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노조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장관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소방청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특수본이 소방청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소방청을 흔들고 있다는 불만이 소방청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소방청이 중앙긴급통제단(중앙통제단)을 구성해 문서를 허위로 꾸몄다는 의혹이 있어, 중앙통제단장을 맡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통제단 기안 날짜가 10월 29일로 기재돼 있지만 소방청 내부문서에 따르면 실제 기안일자는 10월 30일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책임회피를 위한 허위공문서 작성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소방청은 이에 대해 괴산 지진과 봉화 갱도 사고, 여기에 10·29 참사까지 잇따른 사고가 겹치면서 발생한 단순한 행정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것도 없고 중앙통제단을 통해 사고 수습에 나선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무혐의 종결'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것은 지휘부와 조직을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공문서 허위작성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대형 사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면 더 큰 문제이고 법에 따른 처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70일이 넘는 수사 기간 동안 책임회피를 위한 의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수사를 종결하지 않는 것은 의문이다.
특히 참사 초기부터 소방과 경찰 등 안전관련 부서의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어떤 조사나 처벌은 물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 대상이 된 기관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대상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유족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물론 소방청 역시 이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제기된다면 개선점을 찾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 사회는 이런 인재가 또 발생할 수도 있는 불행한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성역없는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분명히 이뤄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