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칼럼] '춤추고 노래하는 채용 면접' 아직도 과거에 머무른 그대

2023-01-31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세종은 관종이었던 장영실을 과감하게 등용해 정치·경제·문화뿐만이 아니라 과학에 이르기까지 당시 조선을 최고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이때 당대 최고라고 불리는 과학자의 탄생 과정에서 세종의 인재 등용 원칙에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 신용협동조합의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응시자에게 키와 체중을 물어보거나 '예쁘다'라는 식으로 직무와 무관한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면접 과정에서 붉어진 외모 평가, 춤과 노래 지시가 있었다는 성차별적 채용 논란이 왜 아직 우리도 사회가 인재 등용의 원칙이 '능력' 기준이 아닌 다른 '외적'인 부분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당시 채용 과정에 참여한 면접관들은 "자신감을 돋보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며 성차별 논란에서 벗어나려 했다.

과연 우리가 AI 로봇이 모래사장을 시속 10㎞로 달리고,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로켓을 쏘는 현대를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 사건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지만, 몸만 어른이지 아직도 갓난아기의 정신연령을 벗어나지 못한 시대를 착각한 일부 어른은 아직도 과거를 사는 듯하다.

오죽하면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9년 동안 늘 꼴찌를 도맡아오고 있을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적 요소가 만연해 있다. 변화와 시대를 잇는 통찰력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경제활동에서도 성차별은 백해무익(百害無益) 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채용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긴 레이스에서 길을 터주는 첫 번째 단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경영활동이 아닌가.

고 이건희 회장이 주창했던 여성 등용의 기회를 넓혀 경영활동에 활력을 불어 넣을 거라는 시대적 충고 때문만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재를 등용하고, 또 활용하면서 기업은 성장하는데, 이때 소비가 촉진되고 경제는 활력을 되찾는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와 공정성 훼손, 그리고 성차별적 시각에서 나오는 채용의 오류는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시들게 하는 독약임을 인정해야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해당 면접관에게 우리가 인재 등용의 원칙에 있어서 성차별적 분별력이 아직도 오작동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게 돼서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