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개인정보 가명처리 중단 소송 패소
SK텔레콤(SKT)이 자사 서비스 가입자들이 낸 개인정보 가명 처리 정지 요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부 민사부는 SKT 가입자들이 SKT를 상대로 낸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 요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주체의 가명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제한한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가 가명정보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결정권 행사에 해당한다며 승소의 근거를 들었다.
가명처리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개인의 명확한 식별이 힘들도록 암호화하는 조치다.
앞서 2020년에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이후 원고들은 정보의 주체가 가명처리된 정보의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지 여부를 SKT에 묻고 소송을 시작했다. 기업이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를 소비자의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민간과 공공의 빅데이터의 사업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데이터 3법 제정 당시 가명정보 처리에 대한 특례규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애초부터 가명정보 규정인 제28조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규정인 제15조와의 관계가 불분명했다는 비판이다.
법원은 28조를 가명 처리된 이후의 가명정보만을 다루는 것으로 제한적인 해석을 했다. 28조와 15조의 관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다 보니 가명처리 조치까지 개인이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1심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정부나 학교, 기업은 소비자의 가명처리 중지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빅데이터 분석 결과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가명 처리된 정보를 활용하는 공공 데이터 사업도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의 입법 과정에서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데이터3법 취지도 유지되는 개선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