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서울 침범' … 군 격추 실패 '7시간 뚫린 방공망'

2022-12-27     신예나 기자
▲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5대가 남측 영공을 침범했다.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군은 격추에 실패했고 무인기는 7시간가량 남한 상공을 누비다가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남측 레이더 탐지권을 벗어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오전 10시 25분쯤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의 항적 수개를 포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무인기 5대 가운데 4대는 인천 강화도 일대에서 인근 상공을 비행했고 나머지 1대는 서울 북부 상공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북부 상공에서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무인기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길이 2m가량의 소형 기종이다.

합참 관계자는 "맨 처음 진입했던 것이 한강 중립지역 사이로 들어왔다"며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하기 위해 강화도 서측으로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무인기를 식별한 뒤 북한 지상으로 경고사격·방송을 수차례 했다. 이후 공군 KA-1 공격기와 공격헬기 등을 투입해 격추를 시도했다.

공격헬기를 동원해 20㎜탄 100여발을 사격했지만 단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던 무인기는 다시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확인됐고 강화도 인근에서 발견됐던 4대는 이후 항적이 소실됐다.

군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인 정찰자산을 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에 투입했다.

정찰자산은 북한 무인기의 침범 거리에 상응하는 만큼 투입됐으며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작전활동을 했다. 해당 정찰자산은 무사히 귀환했으며 북한의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전 11시 39분 강원 원주기지의 KA-1 1대가 이륙을 시도했지만 추락했다고 밝혔다. 기체 내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했으며 민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북한의 무인기 남하로 인해 인천·김포국제공항 항공편 일부가 지연·연기 운행됐다.

5년 6개월 만에 북한 무인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한 가운데 방공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 대북 감시와 정찰 태세에 대한 시험 등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무인기 침투를 재시도하며 합의 무효화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충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