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카카오 '재해복구센터 2000억' 아끼려다 '화' 키웠다
카카오가 시스템 이중화, 백업 등 기본적인 투자항목을 소홀히 하다가 대형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톡 등 주요 비금융 서비스에 대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보호·이관하는 필수 장치인 재해복구센터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수도권 4곳에서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고 있는데 이곳에서 처리되는 서버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재해복구센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서버 3만2000대를 두고 사실상 메인 센터로 운영해왔지만 비상시 필요한 재해복구센터는 별도로 마련해놓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재해복구센터는 아니지만 재해복구역할을 할 수 있는 복수의 데이터센터가 있다"며 "메인 데이터센터 전체 셧다운에도 다른 센터가 해당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재해복구센터란 메인 IDC에 화재, 지진, 전쟁 등 재난 상황이 생겼을 때 핵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보호하는 일종의 '쌍둥이 데이터센터'를 일컫는다.
카카오는 현재 4000억원을 투입해 12만대의 서버를 둘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짓고 있다.
1만8383㎡(5661평) 부지에 6엑사바이트(EB)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완공 예정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둔 서버의 4배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는 데는 메인 데이터센터 구축비용의 50%가량이 소요된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천억원이 들어간다면 재해복구센터 역시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카카오의 경우 메인 센터 투자비의 50%로 계산한다면 20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매출 6조 시대를 열었으며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1조6419억원에 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업무 중요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지만 통상 메인 센터가 100이면 재해복구센터는 50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메인 센터 장애 시 바로 가동되는 액티브·스탠바이 구조를 기준으로 한 규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