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어제(8월 23일)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에 대한 제재 안건 처리 여부를 8개월가량 검토하다 최근 이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겨 법적 자문을 구할 방침"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 안건의 경과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이 2019년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500여건의 암 입원보험금 청구에 대해 부당하게 지급을 거절한 사실을 적발하고, 2020년 12월3일 제재심의원위원회를 열어 보험법업상 '기초서류(보험약관)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에 올렸다.

이후 금융위 정례회의에 앞서 안건을 정리하고 제재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안건소위원회(안건소위)에서 이례적으로 8개월가량 검토하다 최근 이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겨 제재의 법률적 타당성을 자문받기로 한 것이다.

경실련은 금융위가 삼성생명 암보험 제재 안건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8개월 정도를 끌어 온 것도 문제지만 뒤늦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때처럼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특정 금융회사를 위한 면죄부를 주는 "관료들의 책임회피 장난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대상이 삼성이고 해당 사안이 금융소비자 분쟁이 가장 극심한 보험 분야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우려가 앞선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보험회사들의 입맛에 맞는 봐주기식 해석을 결정하고, 금융위는 이를 빌미로 은근슬쩍 삼성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결과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이번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을 금융위가 미루다가 법령해석심의위로 떠넘긴 결정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후보의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수행하며 금융소비자보호를 해야 할 두 인사가 이러한 결정에 개입했다면 그 자격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금융위의 안건 처리 지연과 법령해석심의위의 자문요청이 삼성생명이 줄기차기 주장해온 '장기요양 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싫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존재이유도 없을 뿐 더러, 금융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 사건은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망각한 거대 재벌 금융회사에 대해 우리나라 감독기구가 제대로 된 제재를 내릴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금융위위원회의 역할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하면서 불공정한 부분을 바로잡고,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는데 있다. 따라서 '전문가 의견'이라는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방패 뒤에 숨어 은근슬쩍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시도하는 대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본연의 책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올린 안건을 공정하고도 조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 경실련

▶ 클릭하면 기사후원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