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생당 논평
▲ 녹생당 논평

올해 1월, 시민과 노동자들의 힘으로 국회에 상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등 누더기가 된 채 통과되었다.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대신 산업계의 눈치를 보는 후퇴한 법안이었다. 지난 7월 12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안은 그로부터도 또다시 후퇴한 안이다.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위임된 내용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이 제정안의 주요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하고 있다. 과로사의 주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 발생빈도가 높은 질병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과로사, 일터 괴롭힘 등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또한 적용 법령에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 

둘째,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인 화학물질의 종류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법에서 규정한 700여개의 유독성 물질, 400여종의 배출량 조사물질에서 과도하게 축소된, 97개의 물질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여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화학물질 중독에 의한 시민재해를 막을 수 없다.

셋째, 안전보건 관리를 외주화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대책인 경영주의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의무'를 제외하고 있다. 많은 참사가 '홀로 작업' 과정, 그리고 다단계 하청과 소통체계 없는 분업 구조 속에서 발생한다. 시행령은 참사의 구조를 바꾸어낼 근거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다. 

이 시행령안은 수많은 산업 참사를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되며 경영주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국민의 의지를 거스른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다.

누더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마저 후퇴한 해당 안이 제정된다면 무수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산업재해 속에 방치될 것이다.

정부는 그나마 남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무력화하는 해당 안을 즉각 폐기하고 산업자본이 아닌 노동과 시민의 관점에서 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행령을 제정하여야 한다. 

녹색당은 시행령의 후퇴를 막고 기업에 의한 중대재해를 제대로 막아내기 위해 노동자, 시민과 끝까지 함께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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