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간답게 살라고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았고,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났습니다. 또 신앙인이면서 시인으로 살라고 성령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성령님이 지정하신 시인이기에 저는 노래해야 합니다.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셔서 제 몸으로 만들어진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가사와 곡을 만들어 노래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 중에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인간으로서 그분의 영광을 노래하지 못하면 제 몸은 결핍 가득한 비곗덩어리가 됩니다. 결핍은 제게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라고 늘 부추깁니다. 공동체적인 인간이기보다 홀로 선 사람으로만 살라 하고, 신앙적이기보다 세속의 흐름에 따르라고 충동질합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혼자만 우뚝 선 사람과 일반 사회의 흐름으로 사는 것의 유효기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는 압니다.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무엇으로 노래를 만들어 불러야 하는지 살핍니다. 그리고 더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꿈의 화단을 가꿉니다.

제가 꿈 가꾸는 걸 포기하면 우리의 자식들이 노래할 수 있는 게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북향민 제자들을 만난 후 여태껏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게 될 것이란 노래의 가사를 만들어 부르고 있습니다. 아나돗공동체를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소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
▲ 정이신 논설위원

사이비·이단들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전히 기독교상담과 변증을 하는 건, 이걸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종교 환경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性)의 제의'를 내부적으로 숨겨진 구원의 공식으로 사용하고 있고, 일부다처제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가정의 형태라고 인정하는, 성경에서 말한 보편적인 삶의 지침을 벗어난 종교 환경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저는 여전히 이 일을 합니다.

만약 성령님이 안 계셔서 이분이 주신 희망으로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꿈을 제가 노래하지 못했다면, 대안학교의 간사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북향민 제자들을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바라보게 하셨고, 제 조그마한 발을 옮겨 높은 산을 건너게 하셨습니다.

대학생 때 이름도 생소했던 구약성경의 '아모스서'를 주제로 한 "하나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고 벅찬 가슴을 가눌 길이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정의라는 단어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뛰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신학대학원에 갔더니, '아모스서'가 분량이 적어서 단독으로 하는 강좌가 없었습니다. 신학석사나 박사 과정에 들어가야 이 책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뒤져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생 때 제 가슴을 뛰게 했던, 아모스가 전해 준 신탁 시구의 의미를 제가 부르는 꿈의 노래에 담았습니다.

50대 후반이 된 지금 제게는 신앙인으로서 꿈을 노래할 자유만(自遊 : 스스로 즐겁게 노니는 것)있고, 포기하거나 접을 수 있는 자유가(自由 : 스스로에게서 말미암아 나타난 것) 없습니다. 또 제가 꿈꾸며 노래한 평화로운 한반도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꽃이 늦게 피어 제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간 후에 열매를 맺으면, 제 후손들만 그곳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누가 살든지 모든 게 하나님이 우리 한반도에 주신 소망이니까요.

'오늘-어제=하나, 내일-오늘=둘'이라고 써놓고, 내일 주어질 하나님의 희망을 오늘로 가져와 꿈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게 기독교인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제-오늘=아무것도 없음, 오늘-내일=영(0)'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하나·둘의 희망을 위해 오늘을 기쁨의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합니다. 내일 인간답게 사는 꿈을 오늘로 가져와 노래해야 합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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