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김용판 의원 입수 자료 분석
전기기사 1명이 소방검사 주요인력
가동중 '옥외소화전설비 없다' 보고
외부점검업체가 보고서류 꾸민 흔적

▲ 국회 행안위 김용판 의원이 이천소방서에서 받은 2019년도 쿠팡 '셀프점검' 보고서. ⓒ 세이프타임즈
▲ 국회 행안위 김용판 의원이 이천소방서에서 받은 2019년도 쿠팡 '셀프점검' 보고서. ⓒ 세이프타임즈
▲ H사가 이천소방서에 제출한 2020~2021년 쿠팡 소방시설점검 보고서. 양식이 2019년 쿠팡의 셀프보고서와 유사하다. ⓒ 세이프타임즈
▲ H사가 이천소방서에 제출한 2020~2021년 쿠팡 소방시설점검 보고서. 양식이 2019년 쿠팡의 셀프보고서와 유사하다. ⓒ 세이프타임즈

쿠팡의 '셀프소방점검(작동기능점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마저도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 [단독] 쿠팡 '셀프 소방점검' 했다

특히 쿠팡이 소방시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점검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외부 점검업체에게 맡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30일 세이프타임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이 이천소방서에서 받은 2017~2021년 쿠팡 소방점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셀프점검은 소방시설 자체점검 고시에 따라 실시되기 때문에 종합정밀점검에 준하는 점검을 해야 한다. 소방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소방기술자가 아니면 보고서 작성도 만만치 않다.

본지가 교수, 소방기술사, 소방관리사 등 전문가와 분석한 결과 '총체적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방서 보고를 위한' 형식적인 보고라서는 것이 공통된 판단이었다.

쿠팡의 셀프소방점검은 2019년 8월 21일부터 8일간 시행됐다. 쿠팡은 주인력으로 전기기사 김모씨를 비롯해 3명의 보조인력을 투입했다.

셀프점검 전후 외부 전문업체 보고서와 비교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32개의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발견해 '모두 현장조치를 완료했다'고 이천소방서에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관계인 점검은 실제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시설물 외관을 대충 점검했는지 조차도 의심스럽다"며 "서류만 외부전문업체에 맡겨 대충 만든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종합판단을 내렸다.

소방시설관리사 A씨는 "지적내용을 보면 최소 소방점검 5년 이상 경력의 전문 소방기술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전문용어가 다수 포함돼 있고, 내용이 간결하고 명확해 비전문가가 절대로 작성할 수 없는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지적사항에 대해 '현장조치 완료'로 한 것은 업체의 조언으로 추측된다고 봤다. 조치가 완료됐다면 굳이 지적사항을 넣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세이프타임즈가 단독 입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소방점검업체 현황. ⓒ 세이프타임즈
▲ 세이프타임즈가 단독 입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소방점검업체 현황. ⓒ 세이프타임즈

소방시설관리사 B씨는 "도둑이 제발저린 격으로 '점검했다'는 것을 표시했는데 이게 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2020년 8월 작동기능점검과 지난해 2월 종합정밀점검을 맡은 H사의 보고서 양식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체가 보고서 작성과 지적사항을 작성한 뒤 쿠팡 직원 이름만 빌린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창고는 축구장 15배(12만7178㎡)에 달하는 대형 건축물로 전문 소방기술자들도 어려워하는 현장에 속한다. 비전문가인 전기기사가 셀프점검했다는 것 자체가 형식적인 허위점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재확산방지를 위한 핵심요소인 방화셔터 지적이 '음향정지' 1개인 것만 봐도 부실한 셀프점검으로 판단된다고 입을 모았다.

셀프점검 보고서는 황당할 정도였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에 옥외소화전이 없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H사 2021년 보고서를 보면 "옥외 소화전이 있다"고 나온다. 설비 누락을 신고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어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자신 건물의 옥외소화전 유무도 판단하지 못한 쿠팡의 셀프점검에 대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쿠팡이 당초 전문업체에 점검을 맡겼다가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 비교적 소방서 확인이 느슨한 점을 악용해 셀프점검으로 전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시설관리사 C씨는 "외부업체 점검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치명적 결함을 발견하자 (쿠팡이) 해당 내용을 빼고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압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며 "업체가 거부하자 서류만 받아서 관계인 점검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이 개건축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민겨환 기자
▲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이 재건축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민경환 기자

이천소방서 보고 시점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계속된다. 쿠팡은 2019년 8월 30일 작동기능점검을 완료했다. 하지만 '30일 이내 보고서 제출'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장고' 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쿠팡은 점검 완료후 무려 60일이 지난 뒤 보고서를 이천소방서에 제출했다. 현재는 점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에 점검인력 배치신고 완료후 7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토록 규정이 강화됐다.

소방기술사 D씨는 "확인점검과 표본점검을 피하기 위해 관계인이 모든 사항을 조치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천소방서가 표본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업체 봐주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소방청 예방소방업무처리규정을 보면 2년 연속해서 동일한 특정소방대상물에 같은 관리업자가 자체점검하거나, 관계인 자체점검은 '표본점검'을 해야 한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2019년 (지연 보고에 대해) 과태료는 부과했다"며 "2019년에는 표본조사를 하지 않고, 2020년 6월에 했다"고 밝혔다. 이 시점은 J사의 종합정밀보고사가 제출된 이후다.

쿠팡의 셀프점검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것은 전문업체의 보고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9년 2월 S엔지니어링도 많은 지적사항을 보고서에 담았다.

2019년 8월 셀프점검에서 이상이 없었던 소방시설은 불과 몇 개월뒤인 2020년 2월 J사가 진행한 종합정밀검사에서도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지적 내역이 중복된 곳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점검 이후 시설보완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H사는 2020년 8월 작동기능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하 2층 스프링클러 주펌프 기동시 누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6개월 뒤인 지난 2월 종합정밀점검에서도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한 대학교수는 "보고서를 보면 비슷한 지적사항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사후 시설보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방서가 확인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아 예고된 인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안전불감증, 무사안일 인식이 물류센터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상태로 만든 셈이다. 수천억원의 재산피해와 김동석 119구조대장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형참사로 비화됐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이프타임즈는 28일 이같은 논란에 대해 쿠팡측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29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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