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죽당천 '1급수 공신' 왜곡된 광고
환경부 "올해부터 수질개선 본격 착수"

▲ SK하이닉스가 죽당천에 1급수에서만 사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죽당천에 1급수에서만 사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1급수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 수달 원앙 물총새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대대적으로 홍보전을 펴고 있는 광고카피다. SK하이닉스는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그동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죽당천 수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홍보에 시민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경기 이천 죽당천은 SK하이닉스 공장 방류수가 유입되는 하천이다.

"깨끗한 수자원을 지키기 위해 SK하이닉스는 ESG경영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면 죽당천에 1급수에만 사는 생물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이 SK하이닉스의 노력이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죽당천도 1급수인 것처럼 인식된다.

SK하이닉스는 광고문을 통해 "탄소 공개 프로젝트 물 경영 부분 대상을 수상해 물 사용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방류수 재활용 시스템 및 냉각탑 재이용 시스템을 구축해 최적의 정화 시스템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 1급수에서 살고 있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 1급수에서 살고 있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특히 "수질 자동측정기를 통한 생태계 피해방지를 통해 지역 수생태계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ESG경영의 한 축인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 죽당천이 1급수로 회복된 성과로 보기에 충분하다. 

과연 SK의 '헌신'에 따라 죽당천에 1급수에만 사는 생물이 속속 돌아오고 수질이 대폭 개선된 것일까. 세이프타임즈 취재팀이 25~27일 경기 이천시 죽당천을 방문해 현장을 돌아봤다.

죽당천은 한때 열대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구피'가 1년 내내 하천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피천'이란 오명을 받고 있는 하천이다.

구피는 4계절이 뚜렷한 온대지역에서 살기 쉽지 않다.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나오는 높은 온도의 방류수가 사계절 내내 하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란 것이 환경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죽당천 인근 상인 박모씨는 "지금도 겨울에는 하이닉스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로 죽당천 인근이 안개로 뒤덮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하루 평균 8만여톤의 방류수를 죽당천에 흘려 보낸다. SK하이닉스는 방류수가 환경정책기본법 기준상 모든 지표가 '매우 좋음(Ia)' 이나 '좋음(Ib)'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농업용수 기준인 IV(약간 나쁨)보다 훨씬 깨끗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민 김모씨는 "일년 내내 하이닉스에서 깨끗한 물이 흘러나와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많다"며 "밭에 써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고 해서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살펴본 죽당천은 쪽빛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마치 '1급수와 같은' 풍취를 보였다.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 ⓒ 민경환 기자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 ⓒ 민경환 기자

하지만 환경부는 SK하이닉스의 집중홍보와는 다른 입장이다. 죽당천의 '수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죽당천 수질개선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강원 홍천 양덕원천, 경기 평택 통복천, 부산 괴정천, 충남 천안 승천천, 충북 증평 보강천 등 6곳이 포함됐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1220억원을 투입해 '맑은 물로 개선한다'는 프로젝트다. 환경부가 통합·집중형 오염하천 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6곳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2~17mg/L  △총인(TP)이 0.09~0.49mg/L로 '수질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다.

환경부는 죽당천 BOD를 4.9mg/L로 '3급수'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253억원의 수질 개선 비용을 투자해 개선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을 보면 1급수는 오염물질이 없어 간단한 정수 처리 후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물이다. 3급수는 오염물질로 인해 고도의 정수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SK하이닉스의 수질개선 효과는 물론 환경부의 사업계획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죽당천 인근 주민 김모씨는 "정확한 수질 상태는 모르겠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상류와 하류 모두 맑고 투명하다"며 "오염하천 개선사업에 대한 내용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가 1급수에서 산다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경기 이천 죽당천. ⓒ 민경환 기자
▲ SK하이닉스가 1급수에서 산다는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경기 이천 죽당천. ⓒ 민경환 기자

환경운동연합도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철저한 방류수 수질 체크와 하천 수질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죽당천뿐만 아니라 인근 복하천, 청미천까지 수질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오염하천 개선사업에 관한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수질이 개선된 곳에 중복 투자계획을 세웠거나, 실제로는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SK하이닉스 오·폐수 방류문제를 지적한 것을 보면 수질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방류수가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기준을 만족시키는 2급수 수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SK하이닉스가 2018년 국감에서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들어 반박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600여종으로 140종이 폐수로 나갈 수 있다"는 자료를 냈다. 140종의 화학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하천이 1급수라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방류수의 높은 온도로 인해 열대어가 하천에 서식하는 등의 생태계 변화, 방류수에 포함된 염류로 인해 농업용수로 쓸 수 없다"는 이천시의 조사결과도 제시했다.

▲ 이규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박용근 SK 하이닉스 부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이규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박용근 SK 하이닉스 부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수질개선 논란과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지나친 홍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환경지식을 줄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달과 원앙 등 생물들의 생존에 중요한 것은 수질이 아닌 먹이의 유무"라며 "먹이만 확보된다면 1급수가 아닌 2, 3급수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에 대한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흔한 여름철새에 불과한 '물총새'를 천연기념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수달(330호)이나 원앙(327호)과 달리 물총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다. 

시민의 반응도 싸늘하다. 시민 최모씨는 "SK하이닉스는 수질이 좋아져 1급수에 사는 생물이 돌아온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환경부는 수질이 좋지 않다고 한다"며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정모씨는 "따뜻한 죽당천이 어떻게 1급수가 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대기업은 천연기념물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광고를 하고, 언론사들은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있는데 교육적으로 문제가 큰 광고"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하천의 수질등급은 DO, BOD, COD 등과 같은 생화학적 방법을 기준으로 하여 판정할 수도 있고, 서식하는 생물(지표생물)을 통해서 수질 등급을 판정할 수도 있다"며 "특정한 기준 하나만을 사용해 수질 등급을 판정하지는 않고 여러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ESG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이 국내 기업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시민들에게 되레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무늬만 ESG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운영중인 하천 생태계 모니터링 시스템에 수달의 모습이 발견됐다.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운영중인 하천 생태계 모니터링 시스템에 수달의 모습이 발견됐다. ⓒ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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