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소방시설 '내진설계' 이대로 좋은가

▲ 배관의 접합 종류 및 지지 방식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배관의 접합 종류 및 지지 방식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3]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에 대한 조언

소방시설 분야에서 내진설계를 다루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포항과 경주 지진에서 화재 발생이나 소방 배관이 파손된 사례가 얼마나 됐는지 먼저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

피해 사례를 보면 건축 구조물의 피해가 대부분이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피로티 구조나 건물의 외벽에 있는 유리창, 타일 등의 피해가 주를 이룬다.

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건설재료의 기초적인 물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리창이나 타일 등은 취성의 재료로 인장력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건축구조물의 경우 인장과 압축을 받게 설계돼 있다.

그렇기에 외부에 있는 부재들이 인장력이나 압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돼 이탈된 것이다. 또한 구조물의 변형이나 변위로 인해 파손된 부위를 보면 대부분 대각선 형태로 구조물이 변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을 보면 우리가 내진 설계시 대각선 방향으로의 구조물의 변형을 막을 수 있는 보강대책을 세우면 안전한 내진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소방분야는 사실 내진과 관련된 전공자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설비, 전기설비 등 타 분야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 때문에 타 분야에서는 내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변경된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관련 기술자들은 많은 부담을 가지고 보고 있다. 이번 변경 설치 기준에는 오히려 더 강화돼 더 많은 버팀대와 주요 관련 장치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이 준용한 'cook book' 방식은 버팀대를 과도하게 설계하게 된다는 단점을 이전 논설에 피력한 적이 있다.

과도하게 안전한 것이 진정한 안전이란 말인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요 개정 내용이 있을 때에는 대부분의 관련 기술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수의 내진 관련 단체나 설계엔지니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의견만을 청취하고 반영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설계 하중의 적용 공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소방청(전 국민안전처)에서 발행한 소방시설 내진설계에 관련된 해설서 18페이지 일부다.

▲ 국민안전처가 2016 발간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 해설서 ⓒ 소방청 자료
▲ 국민안전처가 2016 발간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 해설서 ⓒ 소방청 자료

이 식은 미국 토목학회 및 구조학회 7-1 건축물 및 그 외 구조물에 대한 최소설계 하중(ASCE STANDARD ASCE/SEI 7–10 Minimum Design Loads for Buildings and Other Structures)의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건축물이나 비구조물의 내진설계에서 엔지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조건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조건은 수정반응계수와 단주기 스펙트럼 가속도이다.

구조의 종류와 재료에 따라 수정반응계수가 바뀌고, 지반의 조건에 따라 스펙트럼 가속도가 변화되기 때문이다. 수정반응계수는 그 구조물이나 재료가 공학적으로 계수 값이 크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숙련된 내진설계 엔지니어라면 수정반응계수를 높이고, 스펙트럼 가속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설계 하중 값을 낮추려 노력할 것이다.

▲ 지역과 지반의 조건에 따른 스펙트럼 가속도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지역과 지반의 조건에 따른 스펙트럼 가속도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하지만 소방시설의 배관의 경우 적용되는 증폭계수, 수정반응계수 그리고 스펙트럼 가속도를 임의로 구간을 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식에 적용되는 증폭계수와 수정반응계수는 표 13.5-1 건축 구성품에 대한 내진계수(ASCE STANDARD ASCE/SEI 7–10 Table 13.5-1 Coefficients for Architectural Components), 표 13.6-1 기계 및 전기설비에 대한 내진계수(Table 13.6-1 Seismic Coefficients for Mechanical and Electrical Components) 중에서 표 13.6-1 의 공급배관(distribution system) 증폭계수와 수정반응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 공급 배관에 대한 증폭계수와 수정반응계수. ⓒ ASCE STANDARD ASCE/SEI 7–10
▲ 공급 배관에 대한 증폭계수와 수정반응계수. ⓒ ASCE STANDARD ASCE/SEI 7–10

이 표를 활용할 경우 배관의 증폭계수는 2.5이고, 수정반응계수는 용접 접합 12.0를 그루브 커프링(그루브 조인트)이나 나사타입 6.0을 적용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해설서는 펌프, 엔진 등에 사용하는 증폭계수 1.0과 수정반응계수 2.5에 대한 설명만 되어 있고, 배관의 경우 해설이 제외되어 있다.

수정반응계수 값을 통해 배관의 접속방식을 용접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그루브 커플링 방식에 비해 설계 하중 값을 50%나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해설서에 주로 그루브 커플링 방식을 이용한 내용만 설명돼 있어 그루브 커플링 방식이 배관의 내진설계 및 시공 시 오히려 용접방식에 비해 안전한 구조라고 잘 못 인식되고 있다.

이는 배관의 내진 설계 시 사용하는 설계하중 값을 결정할 수 있는 증폭계수, 수정반응계수, 지반의 종류에 따른 스펙트럼가속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시설의 내진 설계의 응용을 위한 기본개념은 단순히 설계하중 계산식만을 가지고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기초 이론에 따라 명확하게 응용된 설계 기준을 관련 기술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초 이론에 대한 명확한 해석없이 외국의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준용해 적용한 기술을 관련 기술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소방기술자를 기술인이나 기능인 이하의 취급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다면 전문가를 통해 자문을 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명확하게 설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설계 기준을 기술자의 판단에 따라 내진설계를 위한 계수들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소방시설을 단순히 설계하고 시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진설계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진설계는 구조물과 재료를 이해하고, 지역과 지반의 특성에 맞는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술자가 소방시설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위해 과다 설계를 방지하고, 필요 부위에 적합한 강성 및 연성 보강 대책을 강구하는 설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금오공과대 토목공학과 △충남대 토목공학과 공학석사(건설구조)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공학박사(건축방재) △도원엔지니어링 건설관리본부 부장 △소방기술사 △미국공인화재폭발조사관(CFEI) △미국소방기술사(FPE) 등 ◇경력 △한국화재소방학회·한국화재조사학회 학술이사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 △서울시·대전시·충남도 성능위주설계 심의위원 △대전시 건설기술심의위원 △대전시 재난영향평가심의위원 △세종소방본부 소방특별조사 선정위원 △행복도시건설청 설계심의 위원 △화학물질안전원 외부심사위원 등 ◇저서 △소방관계법규해설 △소방방재시설의 점검실무△재난 및 안전관리 △소방전기설비의 이해 △소방시설의 이해 등 ⓒ 세이프타임즈

 

☞ X축 0.5g, Y축 0.5g 조건에서의 스프링클러 설비 배관 시뮬레이션(분석 결과: Pass)

 

☞ Y축 0.5g, Z축 0.5g 조건에서의 스프링클러 설비 배관 시뮬레이션(분석결과: Pass)

 

☞ Z축 0.5g, X축 0.5g 조건에서의 스프링클러 설비 배관 시뮬레이션(분석결과: Pass)

▶ 세이프타임즈 후원안내 ☞ 1만원으로 '세이프가디언'이 되어 주세요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