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제식구 찍어내기 코미디 행정" 조롱

▲ 서울시 소방본부 119구급대. ⓒ 세이프타임즈 DB
▲ 서울시 소방본부 119구급대. ⓒ 세이프타임즈 DB

# (2021년 2월 13일 오후 11시 34분) 시민 "할머니가 기력저하와 요로감염, 배뇨장애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 119 구급대원 "지침에 따라 37.5도가 넘어가면 코로나19 격리·음압병실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열이 많고, 원하는 ○○병원에 그런 병실이 없어 갈 수가 없습니다."

# 시민 "그러면 저희 자가용으로 직접 ○○병원에 가겠습니다."

# 현장출동 구급대원들, 시민을 차에 태우는 걸 도와주고 소방서로 돌아온다.


평범해 보이는 구급활동의 장면이다. 하지만 다음날 엉뚱한 방향으로 파문이 확산됐다.

시민은 "할머니가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며 "출동한 구급대원 세 명을 파면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서울소방본부에도 "해당 공무원을 파면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민원을 냈다.

불씨는 서울소방본부의 '황당한 대응'이 키웠다. 한달 앞선 지난 1월 비슷한 사례로 민원을 '잠재웠던' 이력이 있던 서울소방본부가 "구급대원을 징계하겠다"는 내용을 회신하면서 사태는 종결되는 듯 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중징계를 받았다.

보통 공무원 징계는 사법기관의 수사가 종결된 후에 판단하는 것이 관행이다. '제식구감싸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공무집행권과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소방본부는 제식구를 감싸 구급대원을 보호하기보다는 '알아서' 찍어낸 것이다. '꼬리를 잘라 민원을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서울 소방공무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최태영 서울본부장(소방정감)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26일까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공노총 소방노조설립 준비위원회가 '최태영 소방본부장을 파면하라'는 성명을 페이스북 등 SNS에 발표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시민은 서울소방본부가 "해당 구급대원을 징계하겠다"는 민원회신을 빌미로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구급대원과 국가를 상대로 장례비 1000만원, 정신적인 피해보상 위자료 5000만원 등 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구급대원을 직무유기로 형사고소했다.

하지만 동대문소방서의 대응은 달랐다. 징계를 거부하고 '항명한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반발했다. 소방위 이하에 대한 징계는 소방서장이 하도록 돼 있다. 서울소방본부장의 권한 밖이다.

서울 동대문소방서(서장 오정일)는 25일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 119 구급대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소방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징계는 철회됐지만, 해당 구급대원은 졸지에 법정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징계를 주라고 압력을 넣었던 서울소방본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이번에는 돌변했다. 구급대원에 대한 소송 등의 법률지원을 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현장 소방관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양새다.

119 구급대원들은 "지휘부가 황당한 행정으로 현장 대원들의 신뢰를 잃고 본부장도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가직 고위공무원인 만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신열우 소방청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소방대원들은 "본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코미디 행정을 하고 있다"고 조롱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성명] 최태영 서울소방본부장 파면하라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