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초코파이' 비난 확산
홍보실 "SNS에 이름 지워달라"

▲ 오리온 직원이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한 장례식 다음달 홍보 담당 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오리온 직원이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한 장례식 다음달 홍보 담당 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지난 9일 시작된 비보에 18일 오리온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인도 라자스칸주 초코파이 공장에 파견됐다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직원 A씨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현지에서 사망한 A씨 유해가 15일 고국으로 들어와 이날 장례가 진행됐다.

# 하루가 지난 19일 오리온 임원 L씨. 그는 페이스북에 "올해 첫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다"며 골프 스코어를 자랑하는 글을 버젓이 올렸다.


코로나로 동료를 잃은 직원들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임원 L씨의 'SNS 골프 자랑질'에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 내용과 후속 대응이다. L씨가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입'으로 통하는 홍보담당 임원으로 확인돼 공분을 사고 있다.

L씨는 19일 페이스북에 "최근 만나는 분들이 요즘은 왜 골프 근황을 안올리냐고 자주 묻는다"며 "지난주 81개에 이어 오늘은 올해 첫 싱글스코어를 기록했다"는 글과 함께 스코어 사진을 올렸다. 이날은 부처님 오신날로 휴일이었다.

L씨는 페북에 이날 오전 6시 39분 서원힐스(경기도 파주 광탄면)에서 최모씨 등 3명의 동반자와 라운딩해 78타를 쳤다고 사진을 올렸다.

이어 "그간 고생하고 스트레스 받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제 회사에서 극한의 스트레스 받은 거 다 날림"이라는 내용의 해시태그(#)도 달았다. 여러권의 책을 출판한 홍보 전문가 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극한의 스트레스'는 코로나로 숨진 직원의 장례식 등 언론보도 대응으로 풀이된다.

▲ 오리온 직원이 코로나로 사망한 가운데 홍보 임원이 페이스북에 '골프 자랑질' 글을 올려 비판이 일고 있다.
▲ 오리온 직원이 코로나로 사망한 가운데 홍보 임원이 페이스북에 '골프 자랑질' 글을 올려 비판이 일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L씨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뒤 "스트레스에 제가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생각이 짧고 모자랐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는 분들은 용서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세이프타임즈 인터뷰 요청에 L씨는 홍보실 직원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직원 J씨는 "몇 달 전에 잡힌 약속이고 장례 등 절차가 끝난 상황이라 진행이 됐다"며 "보기에 따라서는 부적절했을 수 있을 거 같다. 생각이 짧았다"고 말했다.

골프 동반자와 비용 등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일정이라 확인해 드리가 어려운 점 양해 해 달라"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회신했다.

그러면서 "SNS는 전체공개가 아니고 친구공개였고, 이미 삭제한 포스팅"이라며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으니 SNS 사진에 얼굴과 이름은 가려달다. 기사화는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리온 직원들은 이같은 홍보임원의 행태에 격앙된 분위기다.

직원 김모씨는 "코로나로 하루에도 수천명이 죽고 있고 있는 인도에 직원을 파견했다가 결국 사망했는데 장례 다음날 새벽에 환호성을 외치며 골프 라운딩을 가는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박모씨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달전부터 라운딩을 잡는게 말이 되느냐"며 "회사 직원이 사망했는데 일정을 취소하지 않은 것은 휴일에 회사 카드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 분명하다. 3명의 동반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온라인에서 '골프자랑질'에 대한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가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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