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소방시설 '내진설계' 이대로 좋은가

▲ 소방 배관을 지지하는 행거와 써포트.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소방 배관을 지지하는 행거와 써포트.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2] 합리적인 소방시설 내진설계 방안


지진은 많은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수반하게 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진은 일차적으로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차적으로 구조물에 부설된 비구조물에 영향을 주게 된다. 대표적인 피해는 화재나 폭발로 소방시설이 초기에 작동하지 않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소방시설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공학적으로 재료의 특성을 고려한 내진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시설 내진설계는 설치기준에 따라 인증된 제품을 설치할 경우 '내진성능이 만족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같은 기준이 준용된 'cook book' 방식의 단점은 '[1] '제2의 포항사태' 막으려면 공학적 설계 적용 시급하다(www.sa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030)'에서 간단히 점검했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배관에서 발생될 수 있는 힘의 해석을 위해서는 △지진가속도와 이로 인해 배관에 발생되는 힘 △배관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전단력(외부의 힘에 의해 재료가 끊어지려고 하는 힘) △굽힘 모멘트(외부의 힘에 의해 재료가 휘어지는 정도) △변형률(외부의 힘에 의해 형태와 부피가 변화되는 비율) 등이 고려돼야 한다.

▲ 등분포하중이 작용할 경우 바닥이나 천장의 전단력, 굽힘모멘트 선도. ⓒ 대전대 기계설비연구실
▲ 등분포하중이 작용할 경우 바닥이나 천장의 전단력, 굽힘모멘트 선도. ⓒ 대전대 기계설비연구실

구조해석을 통해 지진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구조물의 붕괴 여부를 해석하고, 적정한 재료를 통해 배관의 지진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설 재료 대부분은 '취성(brittle)'이나 '연성(ductile)'을 가지고 있다.

취성은 압축력에 강하지만 인장력에 약한 재료적 성질로 대표적인 재료는 콘크리트, 유리 등이 있다. 반면 연성은 압축력에 약하지만 인장력이 강한 재료적 성질로 대표적인 재료는 금속, 고무 등이 있다.

소방시설의 경우 대부분 금속을 이용한 연성재료가 쓰여 진다. 힘에 의해 발생되는 응력과 변위와의 관계는 만능재료시험기를 이용, 분석된 응력과 변위율 곡선을 통해 재료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 만능재료시험기 ⓒ INSTRO
▲ 만능재료시험기 ⓒ INSTRO

응력과 변형률 곡선에서 '탄성범위(Elastic range)'란 재료가 힘을 받아 변위가 발생해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범위다. '소성범위(Plastic range)'란 재료에 가해지던 힘이 제거되도 변위가 남아 있는 범위를 말한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배관시스템이 지진과 관련해 어떤 재료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배관은 대부분 금속제로 돼 있어 '항복점'(힘을 받은 물체가 탄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변형이 시작되는 점)과 '파괴점'(힘을 받은 물체가 파괴되는 점) 사이에서 변위가 일어나는 소성변위 범위가 아주 길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또한 연성재료이기에 탄성 또한 다른 재료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소방에서 사용하는 배관은 안전성을 위해 탄성범위 안에서 해석돼야 한다. 이를 지지하는 행거, 써포트 등은 소성범위까지 해석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 응력 변위율 곡선 ⓒ 건설재료학(문운당·박승범)
▲ 응력 변위율 곡선 ⓒ 건설재료학(문운당·박승범)

배관을 지지하는 구조물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내부적으로 천장이나 바닥에 소성힌지가 생기는 것으로 가정해 천천히 붕괴되도록 설계하게 된다. 이는 내부 재실자가 피난할 수 있는 안전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구조물과 비구조물의 상관적인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배관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구조물과 비구조물인 배관을 일체화해 움직이는 상관관계를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안전한 내진설계가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내진의 핵심은 '뉴턴의 제2법칙(힘=질량×가속도)'인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다. 지진으로부터 발생되는 힘은 지반가속도도 중요하지만, 똑같은 구조물이라면 질량을 낮추면 발생되는 힘이 줄어들게 된다.

건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콘크리트와 철골구조가 있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철골구조가 질량이 작아 발생되는 힘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제성으로 봤을 때 어떤 구조물이 더 경제적인지는 사용자나 설계자의 몫이다.

▲ 지진하중으로 발생되는 소성힌지의 발생과 움직임 가능범위.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지진하중으로 발생되는 소성힌지의 발생과 움직임 가능범위.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건설재료에 대한 특성과 내진 설계를 위한 기본 이론을 고려했을 때 엔지니어는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소방시설을 좀 더 안전하고 성능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첫째, 배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고려해 배관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배관의 무게를 지지하거나 변위에 대응할 수 있는 행거나 써포트의 내진 성능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물탱크·펌프·배관·옥상수조 등으로 연결되는 소방배관을 일정구간으로 나눠서 해석하는 방법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두 연결된 상태에서 설계를 진행하고 배관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해석해야 한다.

넷째, 건축물 내진설계에서 적용하고 있는 설계 방법을 적용하고, 지반가속도도 또한 과도한 값의 내진 설계가 되지 않도록 지역과 현장 상황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다섯째, 배관내에서 작용되고 있는 수압을 해석하고, 일시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열·바람·지진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내진설계에 적용해야 한다.

여섯째, 지중배관의 경우도 지반의 상태를 고려해 해석을 적용해야 한다.

▲ 가속도와 질량의 변화에 따른 힘의 변화 ⓒ 대전대 기계설비실험실
▲ 가속도와 질량의 변화에 따른 힘의 변화 ⓒ 대전대 기계설비실험실

우리가 이전부터 공학적 해석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화재시뮬레이션이나 배관 수리계산의 경우와 같이 배관의 내진설계도 여러 제약사항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적용하고 있다.

배관응력해석 프로그램은 배관 수리계산의 파이프넷(pipe-net)과 같이 배관을 모두 연결되었다고 가정하고 해석하게된다.

화재시뮬레이션이나 피난시뮬레이션의 절차나 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기술자들은 이런 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해석방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코드방식으로 설계를 해 왔던 소방분야 엔지니어라면 코드방식이 비경제적인 설계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단순히 배관을 유체 역학적 수리계산을 통해 설계 할 경우 '공사비 절감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수리계산 비용 크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내진설계 부분이 소방시설 설계의 중요 영역으로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관련분야 종사자들이 적용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강제적 적용 기준이 아닌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금오공과대 토목공학과 △충남대 토목공학과 공학석사(건설구조)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공학박사(건축방재) △도원엔지니어링 건설관리본부 부장 △소방기술사 △미국공인화재폭발조사관(CFEI) △미국소방기술사(FPE) 등 ◇경력 △한국화재소방학회·한국화재조사학회 학술이사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 △서울시·대전시·충남도 성능위주설계 심의위원 △대전시 건설기술심의위원 △대전시 재난영향평가심의위원 △세종소방본부 소방특별조사 선정위원 △행복도시건설청 설계심의 위원 △화학물질안전원 외부심사위원 등 ◇저서 △소방관계법규해설 △소방방재시설의 점검실무△재난 및 안전관리 △소방전기설비의 이해 △소방시설의 이해 등 ⓒ 세이프타임즈

☞ 가스계소화설비 배관 배관응력해석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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