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떨어지면서 자동차를 덮쳤다. ⓒ 세이프타임즈 DB
▲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떨어지면서 자동차를 덮쳤다. ⓒ 세이프타임즈 DB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4에 달하는 본진이 기습, 한동대학교 건물 외벽이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사고가 속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 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했을 정도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간 연기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17년 포항지진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선포한 날이었다.

경주와 포항지진 그후. 대한민국은 안전해 지고 있는가. '사후약방문'은 잘 되고 있는가. 그런 물음에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가 문제점과 대책을 진단하는 '세이프포커스' 연재를 통해 응답한다.

집필은 대전대학교 소방방재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오 논설위원(공학박사)이 맡는다. 이 교수는 토목, 건설구조, 건축방재 등을 전공한 재난안전분야 주목받는 학자다. 그는 기술계 최고봉으로 꼽히는 '성능위주설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층건물의 안전한 설계, 시공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더불어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의 엔지니어로 평가받는 소방기술사를 한국과 미국에서 취득하고 10년에 달하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연구의 결실을 풀어낸다.

후학 양성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학회 학술이사 등을 맡아 연구와 집필 실증에 매진하고 있는 이 교수의 '불편한 진실'을 세이프타임즈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정책입안자를 비롯해 현장 실무들을 위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한민국 안전'을 위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시작한다. 이재오 교수의 '세이프포커스' 연재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1] '제2의 포항사태' 막으려면 공학적 설계 적용 시급하다


대표적인 자연재난 지진. 인간이 자연의 힘과 맞서 '천재지변'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소방기술은 재난분야에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소방기술은 '국가화재안전기준(NFSC)'에 대한 설치기준 위주로 발전돼 왔지만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국가화재안전기준의 근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필요에 따라 일본·미국·유럽 등의 기준을 '준용'해 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형 재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땜질처방으로 일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재난이나 사고에 대한 대책'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대부분 '예방'과 '방호'라는 개념을 말한다. 인위적인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해는 자연적인 측면이 강해 예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피해 확산방지 개념인 '방호'에 주로 기인하게 되는 이유다. 이같은 기본적인 개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사고나 재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소방분야 실무자들은 국가화재안전기준이라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준'이라는 것은 세부적인 기술과 이론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그런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 공학적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모두가 '사후약방문식'이었다. 외국의 기준을 세밀한 필터링 조차없이 베끼듯 준용해 사용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학계, 산업계 등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급격한 산업발전으로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방과 관련된 연구 조직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포항과 경주의 지진으로 후속대책으로 만들어진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 개정 고시'를 뜯어 보면 이같은 민낮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존에는 소방시설의 내진에 대한 설계 기준이 없었다. 이에 대한 기술의 필요성도 제대로 인지되지 못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구조물의 안전을 우선해 인명사고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구조물 내진설계에 대한 기준만 있었기 때문이다.

▲ 물탱크 내진해석 이미지 ⓒ ANSYS
▲ 물탱크 내진해석 이미지 ⓒ ANSYS

가스나 지역난방 스팀 등을 공급하는 열수송 배관, 화학플랜트, 국가주요시설 등도 비구조물의 내진설계를 기존부터 적용하고 있었다. 필요성, 중요도, 위험도에 따라 '정적설계'나 '동적설계'를 선택적으로 적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내진설계는 공학적 이론에 바탕을 둔 기준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실증적 이론의 범주 안에서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판단에 의해 최대한 오차가 없게 설계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형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소방시설도 내진에 대한 기술이 도입된 후 주요 구성요소인 배관, 물탱크, 제연팬, 펌프, 발전기 등에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물탱크, 제연팬, 펌프, 발전기는 공학적 내진설계 방식을 통해 '안전성'을 분석하고 있다.

◇ 유독 소방배관 '모호한 기준' 적용해 설계

하지만 유독 배관은 설치 방법에 따른 기준에 의해 설계되고 있다. 공학적 해석이 가능한데도 불구, 공학적 설계방식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미국방화협회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NFPA 13 Standard for the Installation of Sprinkler Systems)의 지진발생지역에서의 파이프 보호(Chapter 9.3 Protection of Piping Against Damage Where Subject to Earthquakes)를 준용한 설치 기준을 차용해 내진설계에 활용하고 있다.

▲ NFPA 13 기준에 의한 내진장치 설치 기준 개념도 ⓒ NFPA 13 Standard for the Installation of Sprinkler Systems 2010
▲ NFPA 13 기준에 의한 내진장치 설치 기준 개념도 ⓒ NFPA 13 Standard for the Installation of Sprinkler Systems 2010

미국재난안전관리청(FEMA)과 미국토목학회(ASCE) 등 관련기관에서 작성한 배관시스템의 내진설계 및 개보수(Seismic Design and Retrofit of Piping Systems) 메뉴얼은 배관에 대해 4가지의 내진해석 방식을 제시, 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4가지 방식은 △요리책 방식(Cook Book) △정적 수계산 방식(Static Hand Calculations) △정적 시스템 해석 방식(Static System Analysis) △응답스펙트럼 해석(Response Spectra Analysis) 등이다.


Cook Book - 국내 소방시설 내진설계 적용기준으로 일정 구간에 횡방향과 종방향에 내진보강버팀대를 설치해 해석하는 방법
Static Hand Calculations - 배관에 정적하중이 발생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사람이 직접 수계산을 통해 정적으로 해석하는 방법
Static System Analysis - 배관에 정적하중이 발생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배관해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정적으로 해석하는 방법
Response Spectra Analysis - 배관에 동적하중을 적용하기 위해 응답스펙트럼, 모달해석 등을 하고 배관해석 소프트 웨어를 이용하여 동적해석하는 방법

이 가운데 Cook book 방식은 소방시설 내진설계 설치기준, 나머지 세가지 방식은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기준에서 내진설계 때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 시간 이력을 고려한 지진가속도와 응답스펙트럼 해석을 위해 사용되는 응답스펙트럼 곡선 ⓒ Seismic Design and Retrofit of Piping Systems 2002
▲ 시간 이력을 고려한 지진가속도와 응답스펙트럼 해석을 위해 사용되는 응답스펙트럼 곡선 ⓒ Seismic Design and Retrofit of Piping Systems 2002

4가지 해석 방식 가운데 한국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에서 적용하고 있는 Cook Book 방식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보면 이렇다.

'cook-book' 적용, 설계자는 'recipe(레시피)'에 따라 고정간격으로 내진 장치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횡방향 '흔들림 버팀대(sway brace)'는 파이프에 40피트마다 설치되고, 종방향 80피트 마다 구속장치를 설치한다. 이 버팀대는 지정된 간격으로 사전 설계될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두 가지의 중요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In a "cook-book" approach, the designer selects seismic restraint locations at fixed intervals, following a "recipe", for example: a lateral "sway brace" (seismic restraint) is placed every 40 ft along the pipe and a longitudinal restraint every 80 ft. The braces may be pre-designed based on the specified spacing. The technique has the advantage of simplicity, but has two important drawbacks

실무적으로 설치하기 위한 cook book 방법은 '보수적'이며, 이는 다른 말로 내진서포트의 사이즈나 사용개수를 지나치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In order to cover all practical configurations, the cook-book methods tend to be "conservative", in other words they will over-predict the number and size of seismic supports.

cook book은 배관시스템과 내진설계에 대하여 이해도가 떨어지는 엔지니어가 사용되도록 매우 간단하게 개발되었을 수 있다. 
Cook books can be so simple that they may have been developed and may be used by engineers who have little, if any, understanding of piping systems and seismic design.

이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NFPA 13도 내진설계 방법의 다양성을 위해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 정적해석을 통한 배관의 내진해석 이미지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 정적해석을 통한 배관의 내진해석 이미지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수계소화설비시스템은 지진으로부터 피해방지를 위해 9.3.1.2 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9.3항의 적용되어야 한다. 
9.3.1.1 Where water-based fire protection systems are required to be protected against damage from earthquakes, the requirements of Section 9.3 shall apply, unless the requirements of 9.3.1.2 are met.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지진 보호를 위한 대안적인 방법은 등록된 엔지니어에 의해 인증된 내진 해석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성능이 예상되는 지진에서 최소한 건축 구조물의 성능과 동일하여야 한다. 
9.3.1.2 Alternative methods of providing earthquake protection of sprinkler systems based on a seismic analysis certified by a registered professional engineer such that system performance will be at least equal to that of the building structure under expected seismic forces shall be permitted.

이 내용을 간략히 보면 9.3.1.1에서 9.3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예외규정을 9.3.1.2에 명시하고 있다고 돼 있다.  

9.3.1.2의 내용은 건축구조적인 내진해석 성능 이상으로 내진해석을 한 경우에는 9.3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에 개정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에도 이런 유사한 예외 규정이 기술돼 있다.

제2조 2항의 "제1항의 각 설비에 대하여 특수한 구조 등으로 특별한 조사·연구에 의해 설계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를 명시하고, 이 기준을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 명확한 설계방식없어 기술자 혼란만 '가중'

하지만 명확하게 어떤 방식인지에 대한 부분이 없어 기술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준용하고 있는 기준들을 통해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기준에서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는 '특수한 구조와 특별한 조사·연구에 의한 설계의 기준'은 건축구조물의 내진설계 성능 이상으로 한 방법으로 유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항을 명확이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과 건축구조물의 내진설계 방식 중 하나인 정적해석을 방법을 단순 비교해 보면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은 일정 간격별로 지반가속도를 0.5g이상 적용해 일괄적으로 해석한다.

반면 정적해석은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배관시스템 전체를 하나의 구조체로 보고 해석하며, 지진구역구분 따른 지진계수(0.14g 또는 0.22g), 지반의 종류, 중요도에 따라 지역과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른 지반가속도를 적용하게 된다. 

▲ 지진구역 구분 및 지진계수 ⓒ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 지진구역 구분 및 지진계수 ⓒ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간단한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신뢰성 있는 내진해석을 위해서는 어떤 법이 좀 더 합리적일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조물에 대한 내진설계 방법은 건축 설계된 구조에 대해 원하는 내진성능이 있는지 여부를 우선 확인하고, 내진성능에 문제가 발생되는 부분이 있으면 엔지니어의 판단에 따라 강성보강이나 연성보강을 하게 된다.

이후 이 구조물이 안전한지 여부를 안전성이 확인될 때 까지 확인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 소방분야에서 사용하는 내진 방식은 지진에 따른 배관의 영향에 대한 세밀한 해석없이 동일 구간에 미리 강성 보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반건축물에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단점을 고려한다면 대형건축물이나 중요도가 높은 건축물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성과 내진해석에 따른 내진성능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기준 이상의 내진설계 방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  응답스펙트럼 방식을 통한 내진보강전(前) 스프링클러 배관의 움직임 시뮬레이션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응답스펙트럼 방식을 통한 내진보강후(後) 스프링클러 배관의 움직임 시뮬레이션 ⓒ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기계설비연구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금오공과대 토목공학과 △충남대 토목공학과 공학석사(건설구조)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공학박사(건축방재) △도원엔지니어링 건설관리본부 부장 △소방기술사 △미국공인화재폭발조사관(CFEI) △미국소방기술사(FPE) 등 ◇경력 △한국화재소방학회·한국화재조사학회 학술이사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 △서울시·대전시·충남도 성능위주설계 심의위원 △대전시 건설기술심의위원 대전시 재난영향평가심의위원 세종소방본부 소방특별조사 선정위원 행복도시건설청 설계심의 위원 화학물질안전원 외부심사위원 등 ◇저서 △소방관계법규해설 △소방방재시설의 점검실무△재난 및 안전관리 △소방전기설비의 이해 △소방시설의 이해 등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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