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사고는 늘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의사가 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의료인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것이 예측 불가하더라도 의사의 책임이 논해지는 경우가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 발생때 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법원은 사고 발생 후의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의사의 책임이 인정된다(대전지방법원 2013도3258)고 보고 있다.
치과의사 A씨는 환자 B씨의 아래턱 6번 치아를 뽑다가 발치기구로 옆에 있던 5번 치아를 건드려 부러지게 했다. 의사가 부러진 치아를 집어내기 전에 목 뒤로 넘어가 버렸다.
당시 환자는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갔을 때 나타나는 격한 기침 대신, 목에 뭐가 걸렸다고 할 뿐이었다.
A씨는 치아가 기도가 아닌 식도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계획했던 대로 6번 치아를 뽑았다. 그리곤 환자에에 "부러진 치아가 식도로 넘어간 경우 대변을 통해 배출되니 걱정하지 말라"며 귀가시켰다.
환자는 다음날 기침, 옆구리 통증이 생기자 내과의원 진료를 받은 결과 '급성인후두염' 등의 진단을 받았다. B씨는 흉부엑스레이 검사 결과 기관지에 이물이 확인돼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에서 흉부절개를 통한 치아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급성 장염과 CT촬영을 위한 조영제 투여 직후 조영제에 의한 부작용(아나필락틱 쇼크)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해 결국 사망했다.
B씨는 80세에 가까운 고령에 오랜 기간 여러 질병을 앓아 온 탓에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법원은 의사가 치아가 목 뒤로 넘어간 경우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상태가 안정된 후에 방사선 사진 등을 촬영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의사가 단순 방사선 사진만으로도 피해자 기관지내 이물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의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사선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전원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의사는 의도치 않게 치아가 뽑힌 사고에도 불구하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다만 의사가 사고발생 이후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망에 대한 책임에까지 인정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업무상과실치사가 아닌 업무상과실치상의 죄만 인정했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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