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논설위원
▲정이신 논설위원

텔레비전으로 영국의 정치평론가 오언 존스(Owen Jones)가 쓴 책 <차브(Chavs, 영국식 잉여 유발 사건)>에 대한 소개를 시청하면서 교육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존스의 말처럼 아나돗학교 역시 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교육기회의 균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곳입니다.

서울의 유명 학군과 학원가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과 다른 지역에서 배우는 게 다른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아이들에게 차별과 불평등을 이어가게 할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불평등과 차별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한계적인 속성 때문에 이것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들 몫으로 주어진 불평등과 차별을 줄일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거친 차별과 불평등의 바다로 항해를 준비하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부모 세대가 해줘야 하는 게 이 일입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고난의 행군 이후 대한민국으로 온 북향민이 밀물처럼 늘어났습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물질적인 복지를 다룰 때, 저희는 교육기회의 균등을 말했습니다.

북향민의 대학교 졸업률이 20% 정도밖에 안 됐던 시기에, 무작정 대학으로 북향민을 '보내놓기만' 하는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도 벌써 10여 년이 넘었고, 이제는 북향민의 상황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북향민을 보느라 미처 눈을 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복지 사각지대에 사는 청소년과 청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향해 최고의 복지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표어를 다시 들고, '같이 책을 읽자'라고 합니다.

한때 '인성 문제 있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사람들이 섣부르게 인성이란 말을 가져다 붙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인성이란 더불어 생각하는 힘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같이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 가치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인성교육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선택한 방법이 '책놀이'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놀이가 돼야지, 이것마저 노동이 되면 인성교육은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됩니다.

'Readers become Leaders.(책을 읽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라고 어느 학교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온 청년,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일수록 책을 더 읽어야 합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 일반 대중교육이 없는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프랑스의 선각자들은 교육기회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제도적으로 시행했습니다.

또 이를 본받아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대학교에 등록금이 없습니다. 실력이 없어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지, 돈이 없어서 대학에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기회의 균등이 없는 사회복지는 낚시하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몇 마리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알고 유럽에서 교육기회의 균등을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게 독서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북향민 제자들에게 힘들어도 책을 같이 읽자고 했습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남한 문화를 익히는 문화충격의 완충 학습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채근했습니다.

기독교는 계시를 책으로 기록한 종교인데, 기독교가 책의 종교에서 관습의 종교로 내용물을 바꾸는 순간부터 교회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교회부터라도 아이들이 책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폐해를 넘어서서 한반도에서 희망을 보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읽는 게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라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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