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사이비를 옹호하는 활동을 했고, 그걸 지적했더니 회개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법정소송을 제기한 사람들 덕분에 받은 대법원 판결문이 있습니다.

사이비를 감싸고 홍보하기 위해 연주 활동을 했던 사람들과 저들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알린 저희의 행동에 관한 법적인 책임 공방으로 얻은 귀한 자료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년 전입니다. 모 사이비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그럴싸하게 위장해서 포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독교 언론 기자로 있는 A목사가 저들의 실체를 알리고, 피해자들이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단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A목사는 따로 차려진 사무실이 없었기에, 전단을 보관할 마땅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저는 A목사가 만든 전단을 보관할 만한 곳으로 제가 아는 교회를 소개해 줬고, 그 뒤에 모처에서 사이비의 폐해를 폭로하겠다며 전단을 배포한 피해자들을 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초상권 침해에 관여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저에게 소송을 걸어온 사이비 옹호자 B·C에게 일정액을 배상했습니다. 그런데 저에 관해서는 총 소송비용의 95%를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법원에서 판결했습니다.

숫자 계산을 힘들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판결입니다.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들의 처지에서는 변호사 선임료만 해도 몇백만 원인데, 제가 준 돈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게다가 저의 총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제게 많이 대줘야 합니다.

▲정이신 논설위원
▲정이신 논설위원

민사소송은 처음 겪었는데, 재판하면서 보니 원고들이 서울에 있는 서로 다른 교회의 찬양대 지휘자와 집사였습니다. 판결문에는 저들이 했던 행동이 사이비의 위장 포교를 도운 일이라고 분명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 대형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왜 사이비 교주의 언행을 위장해 포교하는 일을 도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이비의 폐해를 알리며 저들과 싸우는 목사들에게 저들을 옹호하는 활동을 했던, 그런데도 정통교회에서 직분을 맡았다는 사람들이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교회의 제직으로 인정한 모 교회들의 시스템은 대체 어떤 품격을 지닌 것입니까. 해당 교회에 문의해도 자기 교회의 직분자가 많아서 누군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재판이 대법원까지 갔기에 많이 배웠지만, 보지 않아야 하는 것도 봤습니다. 지휘자와 집사 직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들이 목사들에게 전화해서 오해를 풀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하게 이를 무시했고, 사이비의 사주와 도움을 받아 법정으로 갔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법원은 재판을 더는 진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측이 화해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모 사이비가 위장 포교를 했고, 그 사이비의 교주가 성폭행범이라는 판결문을 하나 더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칙칙한 현실 앞에서는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예레미야는 사역하면서 그를 거짓 선지자, 매국노로 몰아붙이는 남유다 사람들에게 거친 욕설을 들었습니다. 그는 자식을 남겨야 하는 제사장의 아들인데도, 결혼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배우자 없이 사역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하나님이 주신 회복의 약속을 믿고 옥에 갇힌 채로 산 밭이 아나돗에 있었습니다.

저는 사이비·이단이 망하고 한국교회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며 사역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가 겪는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끝까지 가야 하는 길이기에 성령님께 받은 은혜로 현실의 부조리를 떨쳐내야 합니다. 조그마한 물방울이라도 모여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꽃을 피울 수 있기에 기꺼이 조그만 물방울이 돼야 합니다.

처음에는 예레미야처럼 제가 사야 할 땅이 북향민만 해당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게 더 있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이 사라고 하신 그 땅을 사러 가야 합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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