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논설위원
▲정이신 논설위원

사이비·이단 교주들을 연구합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교주들이 피고인이 돼서 했던 말은 평소에 저들이 했던 말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라고 했고, 영생불사하는 몸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오해한 사람들이 모함하려고 지어낸 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연구한 사이비 교주 중 한 명은 영계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영계에서 하나님과 성령님, 예수님께 성경을 배웠고, 그래서 자신에게는 늘 새로운 계시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그는 꿈을 꾼 게 영계를 다녀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추종자들은 그런 교주의 모습을 봤으면서도 여전히 침묵합니다.

사람을 속이면 사기꾼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성자도 되고, 성령도 되며, 때로는 하나님도 된다고 주장하면 자아정체성을 놓친 다면성 인격장애 환자입니다.

그런데 사이비·이단 교주들을 연구해 보면 이 경계 구분이 무뎌집니다. 교주들이 사기꾼인지 정신질환을 앓는 병자인지 정확히 알기 힘듭니다.

교주들이 좋아해서 걸린 희한한 병을 규명할 수 있는 정확한 병명도 없습니다. 추종자들의 말만 들으면 오히려 우리 사회가 교주들을 오해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환자가 인식하는 병의 정체입니다.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아는 사람치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아는 병식(病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인데 조증 환자로 알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치료가 힘듭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안에 여러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자기는 원래 은하계의 한 별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일이 생겨서 지구로 왔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 자신이 화성에서 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한국 남자는 프랑스의 미녀와 결혼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결혼 후 남자의 주장처럼 화성으로 가지 못했고, 그들을 외계 행성으로 데려다줄 비행선을 기다리다가 이혼했습니다.

이 남자는 자신을 한국인이자 지구인이 아닌 화성인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바람과 달리 그는 화성으로 가지 못했는데, 다행인 것은 그를 따랐던 추종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해프닝에 가담해 같이 외계로 나가겠다고 나섰던 사람은 그의 처였던 사람뿐입니다.

사이비·이단 교주들은 이와 다릅니다. 교주들은 자신들에게 특별한 사명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어떤 교주는 자신은 그런 사명을 감당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대가 아니면 이런 일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고 예수님이 강권해서 사명을 맡겼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구원 역사의 시대가 전개됐고, 그 교주는 예수님이 실패한 사역을 여태껏 감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주가 죽은 후 그 집단은 교주의 주장과 달리 꽤 기이한 행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이비·이단 교주 중에 성폭행범으로, 강산이 변할 만큼 꽤 오랜 기간을 교도소에 갇혀 있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출소 후 그는 법정에서 보였던 비굴함과 달리 추종자들과 함께, 자기가 예언한 게 다 이뤄졌다고 연신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교주의 언행을 보면 그는 사기꾼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치료해야 하는 성중독증 환자입니다. 그런데도 교주의 추종자들은 그의 반사회적 행동을 옹호하기 바쁩니다.

사이비·이단 교주들은 추종자들을 동원해 거짓을 남발합니다. 교도소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범죄자로 판결해 구속한 법원을 하나님의 법으로 심판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추종자들을 통해 이런 주장을 책으로까지 펴냅니다.

이런 경우 교주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왜 법정에서와 다르게 말을 바꿨는지 궁금해집니다. 지혜를 구합니다. 사이비·이단 교주는 사기꾼입니까, 정신질환 환자입니까.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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