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지율 하락에 입법 독주" 반발

▲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가정보원법, 5·18 역사왜곡 처벌법 등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속속 상임위를 통과한 이들 법안은 9일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이같이 속도전을 택한 것은 내년이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가 되는 상황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이후로 개혁입법이 넘어갈 경우 대선정국 도래와 맞물려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호남과 진보층 이탈로 인해 역대 최저치를 찍은 지지율도 도화선이 됐다.


◇ 문대통령 공약 1호 '공수처'…"정기국회내 개혁 완성" 임무

이날 처리된 권력기관 개혁 법안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을 완수하기 위한 내용이다. 공수처의 경우 문 대통령의 '공약 1호'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적 법안으로 꼽혀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까지 감수하며 이 법을 통과시켰지만, 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자 법 개정에 나서게 됐다.

개정안 의결 후 민주당의 바람대로 연내 공수처가 출범하면 노무현 정부 이후 진보 진영의 숙원이 해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 역시 법사위에서 의결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내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법 개정안도 권력기관이 가진 권한을 분산하자는 취지다.

▲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퇴장한 가운데 계속되고 있다.
▲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퇴장한 가운데 계속되고 있다.

이들 법안은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문 대통령도 전날 "이번 정기국회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며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힘을 실었다.


◇ "180석 몰아줬는데 지금 뭐하나" …호남·진보층 이탈에 비상

이번에 처리된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호남과 진보층 등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전날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기습' 통과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5·18 역사왜곡 처벌법)은 호남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이 법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5·18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저치를 잇달아 기록했다. 지난 7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천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0%p)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37.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29.7%로 하락하며 국민의힘(31.3%)에 역전당했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7.6%p)과 진보층(8.8%p)에서 급락해 위기감에 휩싸였다.

'집토끼'로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인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야기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막판 어떤 법안 처리했나?…진보진영 숙원 다수

시민사회와 진보, 친여 단체의 숙원으로 꼽아온 법안 역시 이런 차원에서 다수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농성까지 벌이며 요구하고 있는 '사회적 참사의 진실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공정경제 3법', 특수근로종사자(특고)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사참위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사참위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공정경제3법'의 하나인 상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상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게 된다.

다만 재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 최대주주의 지분을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공정경제3법 중 나머지 2개 법안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들을 금융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국회 정무위의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거나 논의 중이다.

환노위에서도 특수근로종사자(특고)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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